檢, 서훈·김홍희 항소…박지원은 무죄 확정
제2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번질까 주목
제2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번질까 주목
2020년 9월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 이래진(앞줄 왼쪽) 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 뒤 법정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피고인 전원에 대한 1심의 전부 무죄 판결에 대해 부분적으로만 항소하면서 2심은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열리게 됐다. 앞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과 비교해 나름의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사실상 항소 포기라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문재인 정부 주요 안보라인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인만큼 검찰 내부에서 제2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같은 반발이 일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숨진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 측은 3일 ‘검찰의 일부 항소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피고인 서훈 및 김홍희에 대해서는 일부 항소가 이뤄졌으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장관을 포함한 중요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1심 무죄 판단이 상급심의 판단 없이 그대로 확정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이번 선택적이며 전략적인 반쪽짜리 항소는 검사가 과연 형사소송법상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낳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병주)는 전날 오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허위공문서작성과 행사, 유족과 망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이 사건 1심 재판부가 피고인 전원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이후 검찰이 항소 제기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반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항소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이들 세 명은 무죄가 확정됐다.
중앙지검은 공지를 통해 “증거관계와 관련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검과의 협의를 거쳤다”며 “월북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로 인해 망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 등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항소의 실익 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족 측은 “검찰이 형사소송법상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며, 진상 규명을 요구해 온 유족의 기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더욱이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 당대표 등 정치권 고위 인사들이 해당 사건의 기소 자체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상황과 맞물려 검찰의 이번 반쪽짜리 항소는 법리적인 판단이 아닌 정치적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이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촉발됐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감사원의 요청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남북 관계 악화를 우려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피격 사실을 축소·은폐하고 ‘월북’으로 발표했다고 판단해 2022년 12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60여 차례 공판기일이 이어진 끝에 지난달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나오자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여당 고위 인사들은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항소 포기를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상한 논리로 기소하고 결국 무죄가 났다”며 검찰을 공개적으로 질타했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죄 판결은 정치공작의 종말”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물론 법조계에선 정치권의 이 같은 발언들이 검찰 판단에 사실상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이 사건 항소를 포기하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로 촉발된 내홍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자, 일선 지검장부터 평검사들까지 공개적인 반발이 터져나왔는데 사퇴 요구를 받던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항소 포기 닷새만에 결국 직을 내려놨다.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됐다. 법무부는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냈고, 이 중 일부는 사의를 표명했다.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은 고검 검사로 사실상 강등된 것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2일 이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