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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도 그 난리더니” 못믿을 해외 일자리...러시아서 용병으로 전쟁터 보내

헤럴드경제 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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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도 그 난리더니” 못믿을 해외 일자리...러시아서 용병으로 전쟁터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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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中에 핵잠 도입 추진 입장 충분히 설명…특별히 문제 없었다"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에 잡힌 외국인 전쟁 포로들이 키이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소득 일자리를 알선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러시아로 오게 됐다며 참전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AFP]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에 잡힌 외국인 전쟁 포로들이 키이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소득 일자리를 알선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러시아로 오게 됐다며 참전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육상 경주에 참가하라는 제안을 받고 서류에 사인을 했는데, 도착해보니 전장으로 가야한다며 협박을 당했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모집책에게 수수료를 줘가며 러시아로 갔는데, 속아서 입대하게 됐습니다.”

유학 간 아들이, 혹은 해외로 취업한다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전쟁포로로 방송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이런 말을 한다. 상식 밖 일들이 전쟁이 장기화된 러시아에서는 일상이 돼버렸다.

우크라이나 전쟁포로 대우 조정본부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잡은 포로 중 외국인이 지난해 11월 기준 200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국적은 37개국 출신으로 다양한데, 전쟁에 투입된 계기는 비슷하다. 러시아 유학 중에 비자를 빌미로 협박받았거나, 고소득 해외 일자리라는 말에 속아 왔는데 군에 가야한다며 강제로 전쟁터로 보내졌다는 것이다. 간혹 용병으로 스스로 입대한 이들도 있지만, 생명의 위협이 없는 후방에서 드론 제조 등의 임무를 하게 된다는 말에 속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동원돼 싸우고 있는 외국인 병사 규모를 총 128개국 출신의 1만8000명 상당이라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군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북한군은 최소 1만명, 많게는 1만3000명까지 러시아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양국의 협약에 따라 러시아에 동원되는 북한군이 최대 3만명까지 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외국에서 용병들을 동원하는 이유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인력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블룸스베리 정보안보연구소는 2022년 러우전쟁 발발 이후 사상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러시아는 종전 협상안이 오가는 순간에도 동부 지역에서 최대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고, 이에 따라 인명피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CNN은 심한 날에는 러시아에서 하루에 사상자가 1000명가량 나온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외국에서 군인들을 모집하는 광조.[CNN 갈무리]

러시아가 외국에서 군인들을 모집하는 광조.[CNN 갈무리]



자국민으로는 병력 누수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러시아는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문제는 ‘기만’에 가까운 방식으로 용병들을 모집한다는 것. 러시아는 취업 비자로 자국에 들어온 외국인이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입대하지 않으면 추방하겠다며 겁박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외국인들을 군으로 모집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지원자가 최전선에 보내질 수 있다는 언급은 없다. 고연봉을 제시하는 해외 일자리로 둔갑하거나 혹은 해외 여행이라고 속여 용병을 모집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실제와 다른 고액 연봉으로 지원자들을 현혹시킨다. 케냐에서 온 용병들은 최대 1만8000달러(약 2600만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러시아로 왔다고 전해졌다. 모집책들은 고용계약이나 여행 등에 관련된 서류라며 러시아어로 된 입대신청서에 서명을 받는다. 지원자들은 러시아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서명하고 왔다가 러시아에 도착하면 군대로 끌려간다. 1~2주간의 기초 훈련이 끝나면 외국인들은 대부분 최전방으로 투입된다. 외국인은 사망하거나 다쳐도, 혹은 포로로 잡혀도 러시아에서 이들을 끝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장 손쉽게 소모되는 병력이다. 케냐 육상 선수인 에반 키벳의 경우, 국제 대회 참가 서류에 사인을 하고 러시아에 왔더니, 입영서류에 사인한 것이라며 최전방으로 끌려갔다.

외국인들을 모집하는 지역도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인도 등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나라들이 주 대상이다. 기존의 긴밀한 동맹 관계도 전쟁 앞에서는 소용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들이 자국민 단속에 나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구조 요청을 한 자국민 17명을 확인, 전쟁에 참전하게 된 계기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17명은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전임 정권, 현 야당측에서 경호원을 모집한다는 말에 지원했다가 러시아에 용병으로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 외무부는 지난해 해외 취업을 가장해 케냐인들을 모집하는 인신매매 조직을 적발했고, 자국 남성들을 용병으로 모집해 전장으로 보낸 혐의로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불법적으로 징집되어 전쟁에 참전하는 젊은 케냐인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공식 성명도 냈다.

네팔은 러시아에 타국민을 기만해 전쟁에 동원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촉구하면서, 지난해 자국민의 러시아 또는 우크라이나 취업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인 인도도 이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인도 외교부 대변인 란디르 자이스왈은 지난해 확인된 것만 44명의 인도인이 러시아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밝히며 , 인도 정부가 “이들을 최대한 빨리 석방하고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러시아 당국에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