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에서의 참패 이후 가봉 축구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
조별리그 3전 전패라는 결과도 충격적이었지만, 대회 직후 가봉 정부가 국가대표팀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고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전원 해임했으며, 가봉 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을 대표팀에서 공식적으로 배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하면서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손흥민의 LAFC 동료 드니 부앙가의 반성까지 더해지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대회 실패를 넘어 가봉 축구 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봉은 이번 AFCON에서 F조에 속해 카메룬, 모잠비크, 코트디부아르와 경쟁했지만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0-1로 패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 밖으로 평가받던 모잠비크에게 2-3 충격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미 탈락이 확정적이었던 상황에서 펼쳐진 마지막 경기였던 코트디부아르전은 이번 사태의 도화선같은 경기였다. 가봉은 전반에만 두 골을 앞서며 이변을 예고했지만, 후반 들어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지며 세 골을 연속으로 내줬고, 결국 2-3 역전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 경기 결과로 가봉은 3전 전패, 조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기 직후, 가봉 정부는 즉각적인 결단을 내렸다.
영국 'BBC', '가디언' 등 현지 복수 유력지에 따르면, 가봉의 심플리스-데지레 맘불라 체육부 장관은 국영 방송을 통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팬서스(가봉 대표팀)의 수치스러운 성과를 고려해, 정부는 코칭스태프를 해산하고 국가대표팀을 무기한 정지하며, 브루노 에쿠엘레 망가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을 대표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표팀 해체에 준하는 선언이었다.
이 발표와 함께 티에리 무유마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베테랑 수비수 에쿠엘레 망가 역시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치의 중심에는 단연 오바메양이 있다. 오바메양은 가봉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자로, 유럽 무대에서 도르트문트, 아스널, 바르셀로나, 첼시, 마르세유 등 유수의 클럽을 거치며 가봉 축구의 상징적인 존재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소속팀 마르세유로 복귀했고, 이는 가봉 내에서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앞선 두 경기에서 내리 패한 뒤 내려진 소속팀 복귀 결정은 끝까지 대표팀을 책임지지 않았다는 여론을 형성했고, 결국 정부가 오바메양을 콕 찝어 대표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바메양은 자신의 SNS를 통해 "팀의 문제는 개인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정부의 결정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그라운드에서 끝까지 싸웠던 선수들의 시선은 또 달랐다.
특히, 손흥민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에서 '흥-부 듀오'로 대활약 중인 공격수 드니 부앙가는 대회 탈락 후 남아프리카공화국 방송사 'SAB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가봉의 AFCON 여정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부앙가는 "월드컵 예선에서는 매우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아직 젊은 팀이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코트디부아르전의 전후반을 언급하며 "두 개의 전반과 후반은 가봉과 디펜딩 챔피언 사이의 수준 차이를 보여줬다"고 인정했다.
부앙가는 또한 이번 대회를 통해 AFCON의 경쟁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FCON에는 더 이상 약팀이 없다. 예를 들어 모잠비크를 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선수들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들은 많은 팀들을 놀라게 했다"며 "매 대회마다 승리를 거두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앙가의 이번 발언과 별개로, 정부의 개입은 국제 축구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정부가 직접 대표팀을 정지시키고 선수 배제까지 발표한 이번 조치가 FIFA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는 실망스러운 성적 이후 정부가 대표팀을 해체하거나 축구협회에 개입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최근 FIFA는 이러한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말리의 경우, 정부가 축구협회 집행부를 해산하자 FIFA가 해당 협회를 즉각적으로 정지시킨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가봉 정부 역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AP통신'은 "정부 공식 웹사이트에는 이번 발표와 관련된 성명이 게시되지 않았으며, 맘불라 장관의 발표 영상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가 국제적 파장을 의식해 한 발 물러서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표팀과 감독, 그리고 상징적인 선수까지 한꺼번에 정리하겠다는 메시지는 이미 가봉 축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단순한 대회 실패나 선수 개인의 책임 문제를 넘어, 가봉 축구가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와 같은 현실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된다.
가봉이 이번 충격적인 결정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모색할 수 있을지, 아니면 FIFA의 제재와 내부 혼란 속에서 더 깊은 위기로 빠져들지, 전 세계 축구계의 시선이 가봉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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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