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생존의 연대]<2-②>
일본 경제인들의 한일 경제협력 인식도 조사/그래픽=이지혜 |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파고 속에서 일본 경제인들이 한국을 '생존 파트너'로 지목했다. 역사 문제에 얽매인 일반 국민과 달리 기업 생존을 위한 현실적 해법으로 경제협력을 택했다. 특히 자원 무기화 흐름에 맞선 '공급망 연대'가 핵심이다.
4일 머니투데이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일본 경제인 10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한일 경제협력이 필요한 핵심 분야(복수응답)로 일본 경제인들의 62.9%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공급망 안정화'를 꼽았다.
이어 △에너지 협력(41.9%) △대미 협상 등 외교분야 협상 공동대응(37.1%)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문제 대응(30.5%) △신흥시장 공동진출(23.8%) △금융 및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19.0%) 등 순이었다.
반도체와 에너지, 스타트업·벤처 투자까지 전방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세부 각론에서도 공감대는 뚜렷했다. '한국의 생산 능력과 일본의 소부장 기술 결합'에 대해 76.7%가 긍정했다. 부정 응답(2.9%)을 압도했다. 미래 에너지(LNG 공동구매·수소·원전) 공동 개발 역시 71.1%가 찬성했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한일 공동펀드 조성 및 자본 장벽 완화'에도 72.1%가 손을 들었다.
단순 협력을 넘어 '경제공동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일본 경제인 69.5%는 AFTA(아세안 자유무역지대)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수준의 한일 경제블록 형성에 동의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맞설 방패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주목할 점은 일반 국민과의 인식 격차다. 머니투데이가 리서치서베이센터에 의뢰해 일본 국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 경제공동체 형성 필요성에 50.6%가 '보통'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긍정(24.6%)과 부정(24.8%)이 팽팽했다.
현재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에서도 이런 온도차가 감지된다. 일본 경제인 71.4%는 현재 한일관계가 '좋다'고 봤다. 반면 일반 국민 과반(52.1%)은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한일관계가 좋다고 답한 일반 국민은 20.3%에 그쳤다.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27.6%)이 더 높았다.
기업인들은 미중 패권 경쟁 등 대외 리스크를 체감하며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경제적 실익이 있다면 역사 문제를 감수하고 협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경제인 77.8%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7.7%)의 10배다.
반면 일반 국민의 긍정 응답은 38.1%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36.1%)는 유보층이 두터웠다. 경제적 실익과 역사 인식 사이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인들은 협력의 결과가 국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인 81.8%가 "장기적으로 국익에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 경제인들 역시 한일 경제연대의 걸림돌로 과거사와 정치 상황을 꼽았다. 실제 일본 경제인 58.1%는 한일 경제협력의 가장 큰 장애물(복수응답)로 '역사 문제'를 꼽았다. 이어 '국내 정치 상황'이 41%로 뒤를 이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한일 경제연대 문제는 정경분리를 해야 한다"며 "동시에 인식의 차이를 포함해 역사 문제에 대한 상호 이해 증진 노력과 공동 역사 학술 교류 등을 통해 서로의 차이점을 인식하며 간극을 좁혀나가는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일본에 거주하는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2025년 연말에 진행됐다. 일본 사업가 및 산업군에 종사하는 일본인 직장인들로 설문에 응한 경제인의 연령대는 △20대(4.8%) △30대(23.8%) △40대(35.2%) 50대(28.6%) △60대(7.6%) 등이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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