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국민의힘 신년 인사회에서 야권 통합과 계엄 사과를 당 지도부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동혁 대표 면전에서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며 “목소리만 큰 소수에 휩쓸리지 말고 상식과 합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회 부의장도 “민심을 잘 읽어야 한다”며 노선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변화의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국힘은 비상계엄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엄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의 지지를 받은 지도부는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신자로 몰고 있다. 민주당에서 시대착오적 공천 헌금 문제가 터지고 입법 폭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힘 지지율은 20%대에 갇혀 있다. 퇴행적 모습에 여론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상임고문인 장경우 전 의원./연합뉴스 |
여당을 정책으로 압도할 대안 제시나 폭넓은 인재 영입도 없다. 1년 전 불거진 당원 게시판 문제로 새해 벽두부터 내분만 키우고 있다. 지방선거 전망을 묻는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국힘이 대부분 지역에서 패하거나 고전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만 접전일 뿐 야당 강세였던 부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오차 범위 밖으로 앞선다는 조사도 나왔다.
국힘이 6월 지방선거에서 재기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면 과거와 단절하고 정권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길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개혁신당과의 통합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지금, 야권 전체가 힘을 모아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국힘 지도부는 민심보다 당심이 먼저라는 폐쇄적 논리를 내세우며 ‘뺄셈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문호를 닫은 정당이 어떻게 선거를 이길 수 있겠나.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결과를 피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변화와 통합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장동혁 지도부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비주류 인사들도 남 탓보다는 자기 먼저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헌신을 각오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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