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사도 선별 검토…소규모 사업장 수주 환경 악화
유찰 반복 배경에 공사비·금융·분양 리스크 중첩
유찰 반복 배경에 공사비·금융·분양 리스크 중첩
여의도 화랑아파트는 지난 4일 여의도 최초로 소규모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영등포구 제공] |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서울과 수도권 소규모 재건축 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가 치솟고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로 돌아선 상황에서, 규모가 작은 단지는 같은 재건축이라도 사업성 평가에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고 있다.
1일 서울시 누리집 ‘소규모재건축사업 추진현황’(9월말 기준)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건축심의까지 마치고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장 74곳 가운데 착공에 들어간 곳은 6곳(제기동 공성아파트, 공릉동 대명아파트, 동교동 기린동산빌라, 용강동 우석연립, 구로동 우성타운, 가락동 가락현대5차)에 그쳤다.
소규모 재건축은 200가구 미만, 대지면적 1만㎡ 미만 노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아닌 주택법을 적용받아 정비계획 수립과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북구 정릉스카이연립은 최근까지 시공사 선정을 위해 세 차례 현장설명회를 열었지만 모두 유찰됐다. 지하 1층~지상 13층, 80여 가구 규모로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참여 의사를 보인 건설사들이 실제 입찰로는 이어가지 않았다.
동작구 극동강변아파트도 지난해 10월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두 번째 현장설명회를 열었지만 응찰이 없었다. 앞서 설명회에는 효성중공업, HJ중공업, 진흥기업이 참석했으나 최종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유찰의 핵심 배경으로는 ‘규모 대비 리스크’가 꼽힌다. 소규모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공사비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해 흡수하기 어렵다. 단지 규모가 작아 자재·인력 조달에서도 원가를 낮출 여지가 제한적이다. 여기에 정비사업 금융 여건 악화로 이주비 조달과 사업비 금융 구조에 대한 부담이 함께 커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 12월 10일 개포현대4차아파트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소규모 재건축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지도 거리뷰 캡처] |
결국 소규모 재건축 수주는 중견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성동구 성수동 신성연립은 올해 시공사로 HS화성을 선정했다. 지하 5층~지상 24층, 80여 가구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성수동이라는 입지와 비교적 명확한 사업 구조가 시공사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10일 개포현대4차 소규모 재건축을 수주했다. 잠원한신타운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조합도 지난달 30일 HS화성이 단독입찰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여의도 화랑아파트는 지난 4일 여의도 최초로 소규모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아직 시공사 선정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토지등소유자 동의율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확보하면서 초기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익성 한계를 소규모 재건축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 수익 구조는 통상 규모가 큰 단지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자재와 공정 발주를 묶어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라며 “소규모 재건축은 이런 구조가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규모가 작다 보니 원가 절감 여지가 제한적이고, 공사비 부담을 흡수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소규모 재건축·재개발의 유찰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규모의 경제 부재’를 지목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최근 평당 공사비가 900만원 수준까지 올라왔고, 고층화나 고급화를 선택한 일부 현장은 이미 1000만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또 “정비사업 전반에서 시공사 수주 경쟁이 약해지는 흐름”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가로주택이나 소규모 재건축은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의도 일부 단지 등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용적률 여유가 있는 곳은 상황이 다르다”며 “입지와 용도지역에 따라 사업성 격차가 커지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