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33년 한국 디지털자산 2.94% 성장
미국 11.83%, 일본 17.32%에 크게 뒤쳐져
디지털자산기본법 쟁점 ‘발행 주체’ 조율 안돼
은행 지분 ‘50%+1’ 점진적 완화 가능성도
미국 11.83%, 일본 17.32%에 크게 뒤쳐져
디지털자산기본법 쟁점 ‘발행 주체’ 조율 안돼
은행 지분 ‘50%+1’ 점진적 완화 가능성도
디지털자산 [연합] |
[헤럴드경제=유동현·경예은 기자] 한국은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출발점과도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인근 국가보다도 뒤처졌다. 전통 금융권과 핀테크·블록체인 인프라기업 등 시장 참여자들은 법 제정 시점만 쳐다보고 있다. 올해 초 입법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규제 특례(샌드박스)를 통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결제 실험이 먼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韓 규제환경 불확실성 초래”…예상 성장률 3% 미만, 미국의 4분의1
글로벌 조사 기관 인사이드마켓리서치컨설팅(IMARC)은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이 2025년부터 2033년까지 연 평균 2.94% 성장할 걸로 관측했다. IMARC는 “(한국의)변화하는 규제 환경은 시장 심리와 투자 결정에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3%도 채 안되는 성장률은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미국은 같은 기간 연 평균 11.83% 예상 성장률이 기대되고, 아시아 국가 중 디지털자산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일본은 이보다 높은 17.32%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지니어스법(GENIUS)이 제정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일본은 지난해 10월 핀테크사에 처음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국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잠재력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과 시장 이해도 및 기술력은 한국 시장을 설명하는 데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포브스는 “성숙한 규제 체계, 적극적인 기관,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기업의 관심, 그리고 탄탄한 개발자 문화를 갖추고 있다”며 “디지털자산의 다음 단계를 형성하는 데 다른 시장보다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가 발간한 2025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51개국 중 ‘디지털자산 도입 지수’ 15위를 기록했다. 일본(19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화폐를 대체하고 있는 아르헨티나(20위)보다도 높다.
‘한국형 지니어스법’, 은행권 ‘50%+1’ 지분 점진적 축소? 핀테크 열어둔 ‘혁신형’?
잠재력이 현실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기본법(업권법) 제정이다.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기준 등을 포함해 디지털자산 산업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법은 아직 법제화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당초 지난해 법안 공개를 목표로 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감독 권한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1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 규율 주요내용’을 전달했지만 발행 주체는 쟁점으로만 남겨뒀다.
금융위 보고서는 “제도 도입 초기 컨소시엄 구성 방식에 큰 이견이 없으나, 은행 과반 이상 참여 등에 대해 입장 대립”이라면서 “혁신의 확장성과 운영의 안정성을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운영 안정성을 보면 은행 중심 발행이 필요하지만, 혁신 관점에서는 기술 기업이 발행 주체가 돼야 한다는 시각이 맞선다. 한국은행이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의 컨소시엄 지분 ‘50%+1’(과반 이상)을 주장하는 가운데 민주당 TF는 혁신을 위해 컨소시엄 지분 과반을 핀테크 등 산업에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가 민주당 TF에 ‘디지털자산기본법 규율 주요내용’ 보고를 마친 뒤 최근 다시 정부안 내용을 전했지만 발행 주체는 아직도 조율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는 발행 주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추후 시행령에 반영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행 초기 은행 지분을 50%+1로 하되, 기술 기업에게도 최대주주 지위를 인정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50%+1’를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한 수치로 다소 완화한 것이다.
민주당 TF는 당 차원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1월께 발의할 방침이다. 이 법은 당초 정부안을 의원안(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으로 발의해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정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발의하는 방향으로 굳어졌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1월 초까지는 정부안을 제출하라는 마지막 통첩을 준 상황”이라며 “이미 의원들 안이 다수 제출된 상황이고 여당도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어, 3월 안에는 통과될 걸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위가 발행 주체와 감독 기구 설치(관계기관 합의체)를 제외한 나머지 법안 골격과 내용은 조율된 상황으로 전해진다.
디지털자산법 제정 후 시행까지 첩첩산중…샌드박스 상반기 기대
민주당 TF가 제시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 타임라인은 ‘1월 발의 후 3월 통과’다. 금융위는 당정 간 간담회를 거쳐 최종안을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하기 부담스러운 법안인 만큼 야당과 논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 다만 시행 시점은 이르면 2027년 하반기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안 마련 후 시행령, 시행규칙, 운용 가이드라인 등 후속 논의에 1년 가량이 소요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인가 과정도 빨라야 6개월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민주당 TF가 마련할 법안에 발행 주체 기준이 불분명할 경우, 시행령 수립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샌드박스를 통해 원화스테이블코인을 빠르게 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TF 소속 자문위원 20명은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소속인 안도걸 의원은 “상반기 중에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부분적으로 시범 도입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 제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그간 디지털자산업계에서 낸 스테이블코인 관련 샌드박스 신청을 반려했지만, 법안이 통과된 후에는 통과 사례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류혁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초기 규제가 과도하면 혁신이 위축되고 시장을 형성하기 어려워 자칫 실기할 수 있다”며 “배(원화 스테이블코인)가 급격하게 가속하지 않게 규제 안에서 다루면서 우리 시스템과 잘 호흡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면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