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이 유럽의 고소득 은행 일자리를 21만개 넘게 없앨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의 전망을 인용해 2030년까지 유럽 은행 일자리 10%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유럽의 고소득 은행 일자리가 10%, 21만개 넘게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2025년 10월 2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방크 빌딩. AFP 연합 |
인공지능(AI)이 유럽의 고소득 은행 일자리를 21만개 넘게 없앨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의 전망을 인용해 2030년까지 유럽 은행 일자리 10%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은행들이 온라인 업무를 확대하고, 일부 업무를 AI에 맡기면서 기존 인력의 10%인 약 21만2000명은 불필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본사 지원인력이 감원 대상
주로 백 오피스, 미들 오피스 같은 은행 본사의 지원인력과 위험관리, 감사 부서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영업인력은 유지하되 리스크 관리와 감시, 행정 지원 등 본사의 시스템을 AI로 대체해 비용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유럽 은행 35곳을 분석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이들 35개 은행 직원 규모는 약 212만명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상당수 은행들은 AI에 따른 효율성 향상과 온라인 전환을 통해 기존 업무효율을 약 30%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온라인 전환과 AI 도입으로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같은 일을 30% 적은 인력으로 해낼 수 있다. 또 AI를 투입해 대출 심사나 준법감시 같은 업무도 처리 속도를 30% 단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운영비 30%를 절감할 수 있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와 더불어 중급 수준의 판단이 필요한 ‘미들 오피스’ 업무까지 대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CIR 개선에 사활
미국 대형 은행들과 경쟁에서 밀리면서 비용압박을 받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AI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네덜란드 은행 ABN 암로는 2025년 11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까지 전체 직원의 20%를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7개월 앞선 3월에는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럴(SG) 최고경영자(CEO) 슬라보미르 크루파가 구조조정에 “성역은 없다”며 대대적인 감원이 뒤따를 수 있음을 예고했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비용절감 노력이 이제 한계에 이른 가운데 은행들이 핵심 투자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을 개선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카드가 AI 도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CIR은 은행이 수익을 내기 위해 인건비, 임대료, 전산비 등 판매관리비로 얼마를 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CIR이 낮을수록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낸 것이어서 경영 효율성, 생산성이 높다고 투자자들이 평가한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은행들이 지점 폐쇄, 희망퇴직 같은 방식으로 CIR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런 노력도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면서 이제는 AI 도입으로 본사 업무를 자동화해 CIR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 시중은행들, CIR 낮지만…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IB)들의 CIR은 50%대 초반인 반면 유럽 주요 은행들의 CIR은 70% 안팎에 이른다.
강력한 노동법과 관료주의에 따른 복잡한 본사 조직, 오래된 전산 시스템이 유럽 은행들의 CIR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은행들은 CIR은 이들보다 크게 낮은 40% 초중반대로 알려져 있다. 지수로만 보면 한국 은행들의 경쟁력이 탁월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이 영업을 잘해서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자산관리, IB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CIR이 높은 반면 한국 시중 은행들은 비용이 낮은 ‘이자 장사’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CIR이 50%대 이지만 매년 수조원을 AI, 사이버보안에 투자하는 반면 한국 시중 은행들은 판매관리비 줄이기에 혈안이 돼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