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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신춘문예] 서두르지 않을 것… 감각하는 만큼 성실하게 쓰는 사람 되고 싶다

조선일보 강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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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신춘문예] 서두르지 않을 것… 감각하는 만큼 성실하게 쓰는 사람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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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 당선 소감
-1997년 출생

-고등학교 국어 교사

쓰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글을 빌려 삶을 살아내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흔들리는 마음에 보통의 삶을 상상하며 비워 두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 공백은 쉼이기보다, 삶의 감각이 비워지는 시간에 가까웠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질문을 감당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묻는 일은 언제나 진리의 문제와 겹쳐 있었습니다. 확신보다는 의심에 가깝고, 결론보다는 과정에 가까운 질문들이 글을 이끌어 왔습니다.

평가를 받기도 하고, 하기도 하는 환경 속에서 지내오면서 저는 누구보다 제 글을 혹독하게 평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흘러넘친 언어들은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다 끝내 옮겨 적히지 못한 채 흩어졌습니다. 이 글은 평가의 주체와 대상, 감각의 주관과 객관이 역전된 채 본질에 대해 고민하면서, 처음으로 평가를,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적은 글이었습니다. 확신이 사라지는 순간, 감각이 흔들리는 지점을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학부 때 비평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과제로 제출한 미술 비평에 교수님이 남겨 주셨던 “글을 정말 잘 쓴다”라는 칭찬이 적힌 쪽지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그 칭찬이 있었기에, 지금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미영 교수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신 교수님들, 지금의 저를 이루는 바탕이 되어준 부모님과 이때까지 마주한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서두르지 않고 묻는 글을 계속 쓰겠습니다. 감각하는 만큼 성실하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강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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