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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한반도톡] 위상 커지는 북한 헌법 그리고 김정은의 국가제일주의

연합뉴스 장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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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한반도톡] 위상 커지는 북한 헌법 그리고 김정은의 국가제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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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헌법절 행사에 처음 참석해 선서…'핵보유국' 헌법 서문과 조문에 반영
'국가' 강조 연장선에서 헌법 재평가…전문가 "애국으로 정치·사회적 통합 의도"
헌법절 기념선서하는 김정은(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 헌법절기념 국기게양 및 선서의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위원장이 만수대의사당에 게양된 인공기 앞에서 헌법절 기념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2025.12.28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헌법절 기념선서하는 김정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 헌법절기념 국기게양 및 선서의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위원장이 만수대의사당에 게양된 인공기 앞에서 헌법절 기념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2025.12.28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헌법의 위상이 격상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남쪽의 국회의사당격인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헌법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선서'를 했다. 마치 남쪽의 대통령이 임기 시작에 앞서 국회에서 선서를 하는 모양새를 연상케 한다.

북한의 헌법절은 1972년 12월 27일 남쪽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 제5기 제1차회의를 열어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해 국가주석직을 신설하고 김일성이 이 자리에 앉음으로써 유일지배체제를 완성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전까지 북한의 헌법은 그냥 헌법이었다.

김 위원장은 선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조선인민의 이익을 옹호하고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인민의 복리와 국가의 장성발전을 도모함에 무한히 성실"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헌법절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은 김정일 정권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동안 북한 주민들에게 헌법절은 하루 휴식하는 공휴일 정도로 여겨졌고 북한도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헌법의 중요성을 선전하는 정도로 이날을 지내왔다.


한 외교관 출신 탈북민은 "그동안 북한에서 헌법은 노동당 규약 등과는 달리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법이었고 헌법절은 하루 쉬는 날로 인식되어 왔다"며 "김정은은 통치를 위해 헌법을 부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0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서문에 국가 지위의 하나로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2023년 9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는 헌법 조문에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고 못 박았다.

이후 북한은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헌법에 명시됐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북한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적 정책목표 등이 헌법에 담기고 있는 셈이다.

북한, 정권수립 77주년 국기게양 의식(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공화국 창건(정권 수립) 77주년 기념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화면] 2025.9.1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북한, 정권수립 77주년 국기게양 의식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공화국 창건(정권 수립) 77주년 기념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화면] 2025.9.1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김정은 위원장은 왜 헌법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국가 중심 국정운영방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권력 내 혼란을 수습하고 2016년 36년만에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부터는 '국가'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대표적이다.


사실 국가라는 용어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 주로 사용되던 정치적 언어는 아니었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 들어서 각종 행사 때마다 인공기가 강조되고 주민들에게는 인공기를 상징하는 의상이 퍼져나가고 있다. 열병식 등 중요한 국가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른바 국민의례는 가장 화려하고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모든 주요 행사의 시작을 알려왔던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애국가'로 대체되고 국가를 상징하는 나무와 꽃, 새까지 부각되고 있다.

헌법은 국가를 규정하는 최상위법이다. 국가 내 정치 조직과 구성원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헌법에 대한 북한 내 재평가는 국가제일주의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두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 방벽을 쌓는 것도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국가의 중요 구성요소인 '영토'를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19년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핵심적 내용으로 "국가와 사회의 모든 것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고 인민대중이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우리나라야말로 그 어떤 힘으로도 당해낼 수 없는 위대한 나라, 불패의 강국"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인민제일주의로 이어지면서 북한 사회 전반의 핵심이념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다. 국가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핵심인 '인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헌법절 선서에서 국가와 인민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은 국가를 내세우고 주민들에게 애국이라는 이념을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통합을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 나아가서 핵을 보유한 글로벌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설명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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