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유커 상대로 운행
30일 오후 3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본지 기자가 차량에 짐을 싣고 있다. 해당 차량은 본지가 중국 플랫폼 ‘타오바오’를 통해 부른 불법 렌터카다. 운전기사는 중국어와 한국어 소통이 가능하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불법 영업도 확산하는 모양새다./김도균 기자 |
“칭 건 워 라이(请跟我来·저를 따라오세요).”
30일 오후 3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인근 주차장에 주차된 검은색 카니발에서 중국인 여성이 내렸다. 이 여성은 본지 기자가 들고 온 캐리어와 가방을 능숙하게 짐칸에 실은 뒤 주위를 살피더니 “빠르게 올라타라”며 차량에 탔다. 그런데 이 차량 번호판엔 렌터카에 해당하는 ‘하·허·호’ 자(字)가 없었다. 차량 대여나 운송 영업을 할 수 없는 차량이란 뜻이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여행 예약 회사들이 불법 운송 서비스를 중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를 통해 렌터카 대여나 운전 서비스를 광고하는 업체 상당수는 자가용 차량을 렌터카로 속여 관광객들을 나르고 있었다. 이른바 ‘콜뛰기’(자가용 불법 택시) 영업이다. 최근 급증한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 특수를 겨냥한 불법 영업이 확산하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
이날 중화권 대형 온라인 여행 기업인 ‘클룩’ ‘케이케이데이’ ‘타오바오’ 등에 ‘서울 렌터카(Seoul rental)’ ‘인천 픽업(Incheon pickup)’ 등을 입력하니 수십 개의 여행용 차량 대여 상품이 나왔다. 5인승 승용차부터 7인승 카니발, 11인승 스타리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여행 일정에 따라 대여 일자와 영어·중국어 등 운전 기사가 쓰는 언어도 선택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명을 입력해 결제를 마치면 업체 차량과 운전 기사가 배정된다. 상품마다 자가용 번호판을 단 차량 사진과 함께 “편안하게 이용했다”는 이용 후기가 수십개씩 올라와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자기가 탄 차량이 불법인지 모른 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중국 플랫폼 ‘타오바오’를 통해 렌터카 대여·운전 서비스를 예약해봤다. 지난 29일 오후 6시 상품 결제를 마치자마자 입점 업체가 중국 메신저 앱 ‘위챗’을 통해 예약 확인 문자를 보냈다. 항공편과 이륙 시간, 인원·수하물 수를 확인한 뒤 타게 될 차량 사진과 차량 탑승 장소도 보냈다. 사진 속 차량 번호판은 블러(영상을 뿌옇게 만드는 것) 처리가 돼 있었다. 일반 차량으로는 렌터카 영업을 할 수 없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정식 렌터카보다 비교적 보험료가 저렴한 자가용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형적인 꼼수”라며 “만약 사고라도 나면 탑승한 외국인 관광객은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용 요금 결제 방식도 문제다. 중화권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선 기본 예약비를 제외한 유아용 카시트 설치, 이용 시간 초과, 공항 마중 서비스 같은 추가 요금은 “현장에서 운전 기사에게 직접 지불하라”고 안내한다. 플랫폼은 중개 수수료를 챙기고, 불법 운송 업체는 차량·운전 기사 대여료에 항목별 추가 요금까지 받아가는 구조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23년 1103만명에서 2024년 1637만명으로 약 49% 늘었다. 올해도 10월까지 1582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 사정에 어둡다 보니 해외 플랫폼 서비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 운송 업자뿐 아니라 이를 알선한 업체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단속해 불법 운송업 일당 466명을 적발했다.
그러나 해외 여행 플랫폼이 불법 운송을 중개해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해외 플랫폼 기업들은 대부분 홍콩·대만·중국 등에 본사를 두고 있어 한국법을 적용한 행정처분이나 영업정지를 내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시장에서 이익을 얻는 만큼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플랫폼에 대해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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