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2398 시작, 4214로 끝냈지만…웃지 못하는 코스피

중앙일보 장서윤
원문보기

2398 시작, 4214로 끝냈지만…웃지 못하는 코스피

서울맑음 / -3.9 °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속에 2000대에서 출발한 코스피가 4200대 고지에 올라서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1년 동안 75% 넘게 치솟으며 주요 46개국 중 1위란 성적표를 받았다. 피날레는 화려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반도체의 ‘나 홀로 질주’에 기댄 반쪽 호황이라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4214.17에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는 0.15% 내렸지만, 지난해 말 대비로는 75.6% 상승했다. 이날 시가총액도 3478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7.1% 증가했다.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 때였던 1987년(93%)과 외환위기 후 정보기술(IT) 거품 시기였던 1999년(83%)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코스닥도 지난해 말 대비 36.5% 오른 925.47에 마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압도적 선전이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46개국(중복 국가 제외) 사이에서 1위였다. 일본 27%, 중국 18%, 미국 17% 등이 뒤를 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영향으로 미국 이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장중 12만원, 65만원을 각각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33% 오른 11만9900원, SK하이닉스는 1.72% 오른 6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를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연간 삼성전자가 124%, SK하이닉스가 274% 오르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올해 증시 흐름의 전환점(모멘텀)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정상화’ 기조와 반도체 업황 개선이 꼽힌다.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전후 연중 저점(4월 9일 2293.70)을 찍은 코스피는 새 정부 출범 이후(6월 20일 3021.84) 3000선을 회복했다.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된 건 지난 7월이다.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추진한 1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7월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4% 오른 3116.27에 마감했다. 같은 달 14일 3200선을 돌파했다. 특히 외국인이 현·선물 시장을 합쳐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가을에는 ‘코스피 4000’ 시대가 열렸다. 10월 27일 코스피 종가는 4042.83으로,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넘었다. 10월 29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미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관세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평가 속에 증시는 다시 상승 기류를 탔다. 이어 같은 달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이른바 ‘깐부 치맥 회동’ 이후인 11월 3일 코스피 종가는 역대 최고치인 4221.87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코스피 기여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의존도가 커졌다”며 “반도체 수익에 대한 낙관적인 흐름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반도체도 인공지능(AI) 수익화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만큼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사이클은 최대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데 지금은 3년 정도밖에 안 지났다”며 장기 성장론에 무게를 실었다.

내수주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화 약세(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수입 단가 상승으로 내수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업종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며 “코스피 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집중돼 있어 자본시장 상승과 체감하는 경제 회복은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블룸버그가 전문가 2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기준으로 평균 9%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 증시가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관측이다.

다만 CIBC 캐피털 마켓의 크리스토퍼 하비 전략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오래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전격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니암 브로디-마추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위험 분산 차원에서 미국 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장서윤 기자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