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대통령과도 맞서며 ‘청년 일자리’에 매진할 사람을 [아침햇발]

한겨레
원문보기

대통령과도 맞서며 ‘청년 일자리’에 매진할 사람을 [아침햇발]

서울맑음 / -3.9 °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남구ㅣ경제산업부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한 2016년 11월 미국 대선, 2024년 11월 대선 결과는 내로라하는 선거 예측가들과 유력 매체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2024년엔 파이브서티에이트(538) 사이트 운영자 네이트 실버가 또 한번 체면을 구겼고, ‘족집게’로 불리던 역사학자 앨런 릭트먼도 틀렸다. 왜 그랬을까? 그들이 그동안 예측에 의존하던 경제지표의 조합이나 여론조사 수치만으로는 깊은 강의 물결 같은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운영은 전통적인 평가 기준으로 볼 때 결코 나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1기 4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44%였다. 바이든 행정부 4년간은 3.55%였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큰 2020년과 2021년을 계산에서 빼고, 3년씩만 보면 트럼프 때 2.67%, 바이든 때 2.73%였다.



주식시장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더 호황이었다. 트럼프 당선 직전인 2016년 10월 말부터 2020년 10월 말까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53.8% 올랐는데, 그 뒤 바이든 시절 4년간은 74.5%나 뛰었다.



바이든 행정부 때 급등한 소비자물가는 큰 짐이었다. 대선 직전인 2024년 10월 2.6%로 상승률이 둔화되긴 했어도, 4년간 21.2%나 올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중산층과 쪼그라든 실질임금 탓에 고통받는 이들 사이엔 큰 강이 흐르고 있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2%를 차지(세계불평등연구소, 2021년 기준)하는 불평등한 현실에서 물가고는 가난한 이들에게 고통을 더했다.



2024년 트럼프·공화당이 승리하기 전 10여년간 미국의 소득계층별 정당 지지도에는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연 소득 5만달러 이하 저소득 계층은 트럼프·공화당 지지로 급격히 돌아섰다. 고학력에 연 소득 10만달러 이상 계층의 민주당 지지는 크게 늘었다. 민주당이 불평등의 완화에 더 노력했고 정부의 복지 지원으로 지니계수가 개선됐지만, 총평은 달랐던 것이다. 저소득층 상당수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돌이켜 보면,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의 승리는 코로나 위기가 가져다준 행운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에도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일본은 2012년 말 아베 신조 2차 내각이 들어선 이후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한없이 푸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시행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 정책 기조로 엔화 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수출기업들은 호황을 누리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그러나 엔저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계속 하락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집권 자민당을 떠난 민심이 향한 곳은 사회 문제의 근원을 외국인에게 돌리며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극우 정당이었다.



경제 운영의 성패는 민생에 달려 있다. 그것은 성장률이나, 주가지수로 계산되는 게 아니다. 일자리와 소득이 핵심이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이 얼마나 늘었느냐가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제정책의 결과물이다. 미국 정치에서는 이른바 ‘러스트 벨트’의, 대학을 다니지 못한 백인 노동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년 세대가 그런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은 이 나라 경제의 앞날을 짊어기고 갈 존재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폭등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에서 매우 비중이 큰 반도체 업종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내년엔 성장률도 2% 가까이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회복도 완전한 케이(K)자형 회복이다. 과실이 첨단산업과 상장사 대주주, 고학력·고소득 노동자 등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가까스로 붙잡고 매달려 있던 밧줄에서 손을 놓치게 될 것이다. 노동자 실질임금은 4년째 하락·정체 상태이고, 20대 고용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국가가 조세·재정 정책으로 재분배를 촉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못 된다면 냉소의 대상이 된다. ‘이거나 받고 가만있으라’는 ‘개평’으로 보일 때, 정책 의도는 위선으로 여겨지고, 불만은 분노로 바뀌게 된다. 진정으로 복지를 추구하는 정부라면, 좋은 일자리에 올인해야 한다. 각 부처 장관들은 물론이고, 때론 대통령한테도 맞서가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매진할 사람을 두어야 할 때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윤석열? 김건희? 내란사태 최악의 빌런은 누구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