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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근로시간 단축 과속, 성장률 하락 부를 것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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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근로시간 단축 과속, 성장률 하락 부를 것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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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노사정 공동 명의로 2030년까지 연간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08시간)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자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과 산업 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획일적인 '시간 감축'에 매달릴 경우 국가 경쟁력은 추락할 것이다.

우선 목표가 지나치게 급진적이다. 한국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2014년 2075시간에서 2024년 1859시간으로 10년간 216시간 줄었다. 그런데 정부는 향후 5년 내에 150시간 이상을 더 줄이겠다고 한다. 과거 10년보다 1.5배 가량 '과속 페달'을 밟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근로시간이 선진국보다 긴 건 자영업자와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높아서다. 풀타임 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주당 1시간 정도 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근로시간을 빠르게 줄이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더 큰 문제는 '생산성 향상'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올 부작용이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OECD 평균의 70% 수준이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았으며 기업의 비용 부담만 가중시킨 전례가 있다. 생산성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성장률은 하락한다.

'노동 유연성' 확대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점도 문제다. 선언문에는 "노동시간 유연화는 효율적으로 일함으로써 실노동시간 단축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일이 몰릴 때 더 일하고, 일이 없을 때 쉴 수 있도록 '주 52시간제'의 족쇄는 풀어주는 게 옳다. 선진국처럼 어떤 주는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다른 주는 그보다 덜 일해 평균을 맞추면 합법으로 간주해야 한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연구개발 인력조차 획일적 시간 규제에 묶여 연구를 중단해야 하는 경직된 구조에서는 기술패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과속 단축'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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