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
◇ 현행 가상자산법과 'K-코인' 상장의 벽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현재 국내 거래소에서 한국 기업이 발행한 이른바 'K-코인'을 상장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상장 심사 기준은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특히 '발행과 상장의 분리' 원칙과 불투명한 유통량에 대한 철저한 통제는 국내 프로젝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발행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기술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잡코인'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지만, 역설적으로 혁신적인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국내 거래소 대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규제 병목'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 일본의 대전환: 금융상품으로 제도권 안착
우리보다 앞서 엄격한 규제를 적용했던 일본은 최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인다. 일본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상의 '금융상품'으로 편입하기 위해 획기적인 법안 개정과 정책을 발표하며 제도권 안착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거래소가 심사를 책임지는 IEO(거래소 공개)를 제도화하여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수익에 대해 최대 55%에 달하던 종합과세를 주식과 동일한 20% 분리과세로 전환하는 세제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일본 금융청은 법인 투자를 허용하는 등 은행과 사업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규제 공백'과 '금지'에 머물러 있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 K-코인 상장의 실익
국내 기업의 코인 발행 및 상장이 활성화될 때 얻는 실익은 명확하다.
첫째, 전통적인 IPO(기업공개)가 어려운 스타트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매개로 혁신 자본을 모집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 위상을 고려하면 전 세계의 유동성을 국내로 흡수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국부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 두바이 등에 법인을 세우고 코인을 발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고용 창출, 기술 축적의 기회는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다. 'K-코인'의 국내 발행 및 상장 통로가 막혀 있는 한, 국내 자본은 해외 프로젝트에만 투자되어 국부 유출이 가속화될 뿐이다.
셋째, 국내 코인이 제도권 내에서 원활하게 상장되고 유통되면, 단순히 자금 조달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DApp) 생태계가 국내에 뿌리내릴 수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메인넷 구축, 보안 기술, 스마트 컨트랙트 등 핵심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동기가 된다.
넷째, 가상자산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신산업이 국내에서 활성화되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된다.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자산을 토큰화(RWA)하여 시장에 유통되면, 소액 투자 활성화와 자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 규제를 넘어 육성으로
이제 K-코인은 '투기'라는 오명을 벗고 건전한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투기로만 간주해 빗장을 잠그는 것은 디지털 금융 영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가상자산법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발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투명한 공시 체계를 전제로 국내 상장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일본의 사례처럼 가상자산을 정식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법인 참여를 유도할 때, 가상자산은 비로소 대한민국의 '국가 전략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욱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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