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의심되는 어머니가 장애 있는 딸을 끝까지 돌보는 조건으로 재산을 넘기겠다고 제안해 고민에 빠진 아들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
치매가 의심되는 어머니가 장애 있는 딸을 끝까지 돌보는 조건으로 재산을 넘기겠다고 제안해 고민에 빠진 아들 사연이 전해졌다.
3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30대 직장인 남성 A씨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여동생, 입양된 남동생과 함께 살았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했다. 어머니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이 많아 임대 수입으로 매달 수천만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최근 60대 어머니 건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얼마 전 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상태를 인지한 듯 A씨에게 "재산을 네 여동생에게 넘기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여동생 몫까지 네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어머니는 "여동생이 살아있는 동안 함께 살면서 끝까지 돌봐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남동생에게 재산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A씨는 "그 말씀을 듣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결혼 전제로 만나는 여자가 장애 있는 여동생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지 자신이 없다"며 "그렇다고 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동생에게 어머니 재산이 넘어간다는 것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머니에게 치매가 온 것 같은데, 판단 능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남동생에게 재산을 넘기는 건 아닐지 불안하다"며 "여동생을 돌보는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는 법적으로 유효한지, 치매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어머니 재산 처분을 미리 제한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임경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자신이 사망하면서 어떠한 약속 이행을 조건으로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 이를 '부담부유증'이라고 한다"며 "그 부담이 재산 가치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이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어머니 조건을 받아들여 놓고 여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부담부유증이 취소될 수 있다"며 "상속인이나 유언 집행자가 일정 기간을 지정해 부당 의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A씨의 경우 남동생이 이를 문제 삼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치매 증상이 의심된다면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해 '성년후견인'이나 '한정후견인'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며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인지 장애 여부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구체적인 검사와 의무 기록, 진단서, 가족들 증언 등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된다. 법원에서 필요하면 직접 면접하거나 정신 감정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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