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
특히 AI 투자의 핵심 부품으로 부각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역대급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AI 학습에 이어 추론 시장이 개화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범용 반도체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범용 반도체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빅 2’는 제한적인 증설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판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두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상향하고 있다는 점은 내년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삼성전자는 39조 원(올해 전망치)에서 내년 85조 원(+118%, 내년 전망치), SK하이닉스는 43조 원→76조 원(+78%)으로 두 배 수준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24일 기준).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이다. 삼성전자 주가수익비율(PER) 10.3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55배, SK하이닉스 PER 6.8배, PBR 2.46배(내년 전망치 기준)로 글로벌 빅테크 대비 저평가 매력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그동안 높은 이익 변동성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왔지만, 이익 안정성이 높은 HBM 비중 확대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정책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 관련 세제지원 방안은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상승이 본격화된 5월부터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9조4000억 원, 기관은 14조1000억 원 순매수했지만, 개인투자자는 27조6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우리 증시가 글로벌 주요 시장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지만, 그 과실을 누린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반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7조 원 가까이 순매수했지만, 코스닥의 상승률은 코스피 대비 절반 수준이다.
1996년 1000으로 시작한 코스닥은 아직도 900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코스닥 지수는 2.3배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시총은 15배가 늘어났다. 이는 부실 기업들의 자본조달(유상증자)과 기업공개(IPO) 증가로 외형만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수와 시총이 같이 늘어나면서 주주 가치가 제고된 나스닥과 완전히 다른 흐름이다. 최근 코스피 대비 코스닥이 부진한 성과를 보인 것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도 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부실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신성장 기업의 진입을 유도한다면 코스닥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코스피는 정보기술(IT) 이익 증가가 명확하기 때문에 시총 상위 AI 반도체 기업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 반면 코스닥은 바이오·2차전지·로봇 등 성장성은 높지만 현재 이익 체력이 낮아 밸류에이션 평가가 어려운 기업이 많다. 코스닥 개별 기업 투자가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되겠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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