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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 중진 이혜훈 탕평 발탁 불구 '자가당착'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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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 중진 이혜훈 탕평 발탁 불구 '자가당착'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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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돼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된 것은 여러모로 의외다.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부처 장관에 야당 3선 경력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을 발탁한 것은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실질적 탕평 인사라 할 만하다. 이번 정부 출범 후 가장 파격적인 인사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적재적소라는 인사의 이상적 원칙임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이는 극단적 진영 대립 현실에 통합과 소통의 정치 문화를 확산시키는 신선한 바람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인사가 이에 부합하는지는 짚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보수 중진 중용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난은 협량에 가깝지만,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윤 어게인’ 행보를 보인 점을 두고 여권 내에서 반발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내란 청산 미명하에 공직자의 계엄 동조 색출까지 나섰던 여권이 윤 어게인 인사를 발탁한 것 자체가 자가당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윤 어게인의 주동자가 아니었더라도 그에 동조한 전력에 대한 분명한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이재명 정부 역시 합당하고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요구된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드라이브를 뒷받침해야 하는 만큼,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긴밀하게 손발을 맞춰야 하는 요직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확장 재정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과 달리, 재정건전성을 중시해온 대표적 인사여서 향후 정책 방향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복 방만 편성된 예산을 개혁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견제하는 균형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는 이 후보자가 그만한 소신과 실권을 가져야 가능한 얘기다. 청와대가 이 후보자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이 후보자 또한 어떤 정책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29일 " 충분히 자기 실력을 검증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 청문회는 요식 절차가 아니라 여야가 냉정히 따져 물어야 하는 실질적인 검증 무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