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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세계 671위가 여자 1위 꺾었다… 테니스 역대 4번째 ‘성대결’

동아일보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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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세계 671위가 여자 1위 꺾었다… 테니스 역대 4번째 ‘성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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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키리오스(오른쪽)가 2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아리나 사발렌카와 ‘테니스 성 대결’(Battle Of The Sexes)을 마친 후 대녀 니콜을 안고 있는 사발렌카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두바이=AP뉴시스

닉 키리오스(오른쪽)가 2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아리나 사발렌카와 ‘테니스 성 대결’(Battle Of The Sexes)을 마친 후 대녀 니콜을 안고 있는 사발렌카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두바이=AP뉴시스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랭킹 671위 닉 키리오스(30·호주)가 사상 4번째로 펼쳐진 테니스 남녀 성(性) 대결에서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에게 완승을 거뒀다.

키리오스는 2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이벤트 경기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에서 사발렌카를 2-0(6-3, 6-3)으로 꺾었다.

이날 경기에선 남자 선수인 키리오스에게 불리한 규칙이 적용됐다. 사발렌카 쪽 코트 크기를 9% 줄여 키리오스가 공을 넣을 공간을 좁혔다. 두 선수 모두에게 세컨드 서브가 없는 변형 규칙도 적용됐다. 두 번째 서브 기회가 없으면 처음부터 서브를 강하게 넣기가 어려워 남자 선수의 우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닉 키리오스가 2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테니스 성 대결’(Battle Of The Sexes)에서 아리나 사발렌카와 경기하고 있다. 키리오스는 사상 4번째로 열린 이번 성 대결에서 2-0(6-3, 6-3)으로 완승했다. 두바이=AP뉴시스

닉 키리오스가 2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테니스 성 대결’(Battle Of The Sexes)에서 아리나 사발렌카와 경기하고 있다. 키리오스는 사상 4번째로 열린 이번 성 대결에서 2-0(6-3, 6-3)으로 완승했다. 두바이=AP뉴시스


남녀 테니스 선수의 성 대결은 이번이 4번째다. 1973년 남자 선수 보비 리그스(당시 55세·미국)가 여자 선수 마거릿 코트(당시 31세·호주)와 맞대결한 게 최초다. 리그스는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빌리 진 킹(당시 30세·미국)에게 패했다. 이후 1992년 지미 코너스(당시 40세·미국)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당시 36세·체코)의 경기에선 남자 선수인 코너스가 2-0(7-5, 6-2)으로 이겼다.

이번 이벤트는 1973년 여자 선수로 첫 승을 거둔 킹과 리그스의 맞대결에서 이름을 빌려왔다. 킹은 이 경기에서 리그스를 3-0(6-4, 6-3, 6-3)으로 제압했다. 당시엔 남녀 투어의 상금 격차 문제가 불거지며 ‘남녀평등’이 화두가 됐지만, 52년이 지난 이날 코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두 선수는 경기 도중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았고, 언더핸드 서브와 과장된 신음으로 관중을 즐겁게 했다. 사발렌카는 2세트 타임아웃 때 마카레나 춤을 추기도 했다.

아리나 사발렌카(왼쪽)와 닉 키리오스가 2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테니스 성 대결’(Battle Of The Sexes)을 마친 후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바이=AP뉴시스

아리나 사발렌카(왼쪽)와 닉 키리오스가 28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테니스 성 대결’(Battle Of The Sexes)을 마친 후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바이=AP뉴시스


키리오스는 경기를 마친 뒤 “정말 스펙터클 그 자체였다. 사발렌카가 바로 그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사벨렌카는 코트 인터뷰에서 “그가 이겼지만 6-0, 6-0은 아니었다. 키리오스와 재경기를 통해 복수하고 싶다”며 웃었다.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거둔 키리오스는 ‘코트의 악동’으로 통한다. 관중을 향해 침을 뱉는 기행 등으로 악명이 높아서다. 2016년 세계랭킹 13위까지 올랐지만, 최근 손목과 무릎 부상 때문에 결장이 길어지며 랭킹이 600위 밖으로 밀렸다. 여자 친구 폭행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전력이 있고, 테니스 대회가 남녀부 상금을 똑같이 적용하는 데 반대해 왔다. 사발렌카는 올해 US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으로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통산 4차례 우승한 최강자다.

AP통신은 이“성평등을 향한 분위기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웠다”고 평했다. “전통적 경기의 틀을 벗어난 이벤트지만, 테니스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BBC)는 평가도 나왔다.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매치였지만, 이 경기 최고가 티켓은 800달러(약 116만 원)에 육박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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