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尹 정치 입문부터 주도적 역할…정치공동체"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9일 김 여사의 각종 금품 수수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쉽게 믿을 수 없다”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뇌물수수 혐의를 경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민중기 특검팀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이듬해 취임한 후까지 김 여사가 받은 금품은 총 3억7725만원에 달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배우자의 이 같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금품 수수 사실이 있음에도 특검 조사에서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면서 “조사 지연 등으로 현 단계에서는 부부라는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알았다고 볼 만한 직접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김 여사만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했다.
김 특검보는 “공통분모가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를 찾아가 원하는 바를 청탁하고 금품을 교부해 청탁이 그대로 실현됐다”면서 김 여사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에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 영부인도 포함하는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해 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명씨로부터 2억752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그 대가로 명씨와 가까웠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오 특검보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하려고 했던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현직이었던 2023년 2월 김 여사에게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작품을 전달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여사가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향유했다”고 했다. “김 부장검사가 공직자 신분으로 총선 출마 선언을 하는 등 무리한 시도를 했던 배경에는 사전에 김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제공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통일교 사건을 수사한 박상진 특검보도 김 여사가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이 국정에 개입했다”면서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대통령 배우자 및 정권 실세의 도덕적 해이와 준법정신 결여,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통일교 지도자의 정교일치 욕망 등이 빚어낸 결과”라고 했다.
김 여사는 2022년 통일교 측에서 샤넬 가방 등 8293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통일교에서 1억원 상당의 현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등을 수사한 문홍주 특검보는 관련자를 재판에 넘겼다고 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관저 이전 공사에 김 여사와 가까운 업체 ‘21그램’이 계약을 맺도록 했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관계자는 기소하지 못했고, 노선 변경에 개입한 윗선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못했다.
이밖에 김경호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과 2022년 1월 토론회 등에서 윤대진 전 검사장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인을 소개해준 적이 없고, ‘건진 법사’ 전성배씨는 김 여사가 아닌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전씨를 김 여사와 같이 만난 적도 없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박노수 특검보는 김 여사가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여해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압수물에서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유의미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소환 당사자들이 출석에 불응하고, 수사 기간도 만료했다”면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신속히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록 정리에 만전을 기해 이첩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중기 특검은 “지난 7월 2일부터 12월 28일까지 180일간 31건 76명(중복 포함)을 기소했다”면서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인해 대한민국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돼었음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유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시간상 제약과 능력 부족 등으로 처리하지 못한 여러 사건은 법에 따라 국수본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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