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사태에 입 닫았던 김범석 의장 사과문
"사태 수습 최우선 과제"... 소통 부족 시인
국회 연석청문회 불출석 부담에 사과 추측
대표 교체·일방적 조사 결과 발표 등에도
갈수록 여론 악화하자 결국 사과 분석도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일언반구를 하지 않은 김범석 미국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그간의 미흡했던 대응 등에 대해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이달 17일 국회 청문회에 이어 30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6개 상임위원회 연석청문회에도 불출석 의사를 밝힌 직후라 파상 공세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의심하는 등 사과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은 28일 사과문을 발표해 정보 유출 사태 이후 경과 및 뒤늦은 사과에 대한 이유 등을 설명했다. 요약하면 유출된 고객 정보를 회수하는 등 사태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국민 소통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 개인정보 유출을 처음 쿠팡이 공지한 지난달 20일부터 대국민 사과 요구가 쏟아졌는데도 이제서야 사과를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시선이 많다. 유통 업계에서는 박대준 전 대표 사임 및 해럴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의 임시 대표 선임, 정보 유출자로부터 약 3,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노트북 등을 회수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 발표 등이 효과가 없자 사과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태 초기 김 의장이 전면에 나서 사과를 했다면 이 정도까지 판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 달이 지나도록 버티다 사과한 배경이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태 수습 최우선 과제"... 소통 부족 시인
국회 연석청문회 불출석 부담에 사과 추측
대표 교체·일방적 조사 결과 발표 등에도
갈수록 여론 악화하자 결국 사과 분석도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2021년 3월 11일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NYSE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일언반구를 하지 않은 김범석 미국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그간의 미흡했던 대응 등에 대해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이달 17일 국회 청문회에 이어 30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6개 상임위원회 연석청문회에도 불출석 의사를 밝힌 직후라 파상 공세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의심하는 등 사과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은 28일 사과문을 발표해 정보 유출 사태 이후 경과 및 뒤늦은 사과에 대한 이유 등을 설명했다. 요약하면 유출된 고객 정보를 회수하는 등 사태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국민 소통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 개인정보 유출을 처음 쿠팡이 공지한 지난달 20일부터 대국민 사과 요구가 쏟아졌는데도 이제서야 사과를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시선이 많다. 유통 업계에서는 박대준 전 대표 사임 및 해럴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의 임시 대표 선임, 정보 유출자로부터 약 3,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노트북 등을 회수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 발표 등이 효과가 없자 사과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태 초기 김 의장이 전면에 나서 사과를 했다면 이 정도까지 판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 달이 지나도록 버티다 사과한 배경이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습 결과 발표에 "두고보자" 시선도
쿠팡 개인정보 '노출'부터 김범석 사과까지. 그래픽=박종범 기자 |
사과 시기를 감안하면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국회 연석청문회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17일 청문회는 김 의장보다는 쿠팡에 대한 공세가 강했지만 연석청문회는 김 의장을 직접 겨눈 성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장은 전날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과 함께 국회에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결국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 대신 여론 무마를 위해 사과했다고 볼 여지가 큰 대목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예정된 일정 변경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사실상 유일한 사업장인 한국 국회 청문회보다 쿠팡의 실소유주에게 더 중요한 일정이 있다고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대표 교체도, 사과문 공개도 국회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지난 18일과 19일 자체 조사 결과 발표가 미 증시에서 쿠팡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됐지만, 한국 정부 및 여론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것도 김 의장이 몸을 낮춘 이유로 본다. 수사기관 및 정부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즉각 맞받아쳤고, 수사기관 내부에서는 "쿠팡 조사 결과가 맞는지 두고 보자"는 원성까지 나왔다고 한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김 의장은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했지만 공개한 내용은 기밀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결국 쿠팡에 누적된 불신이 가시기는커녕 오히려 내놓는 '카드'마다 역풍이 만만치 않자 어쩔 수 없이 택한 게 김 의장의 사과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이제껏 여론을 악화시켜 왔기 때문에 김 의장의 사과가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이제 와서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