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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트' 심장부 아부다비... "전력 수요 3배 늘어도 안정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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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트' 심장부 아부다비... "전력 수요 3배 늘어도 안정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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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오일' 핵심은 AI 인프라 구축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
에너지 믹스로 전력 안정성 확보 자신
도시 곳곳 신기술 테스트베드 운영도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금융자유구역 내 투자진흥청(ADIO)에서 만난 아흐마드 수브라 클러스터기획·개발본부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기업 투자 유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역은 주거·상업 복합구역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아부다비=김태연 기자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금융자유구역 내 투자진흥청(ADIO)에서 만난 아흐마드 수브라 클러스터기획·개발본부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기업 투자 유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역은 주거·상업 복합구역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아부다비=김태연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에요. 아부다비는 AI 인프라의 중심지로 성장할 겁니다."

4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에서 만난 아흐마드 수브라 클러스터기획·개발본부장은 이렇게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아부다비는 미국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계기로 세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AI 인프라 거점으로 급부상했다. AI를 '넥스트 오일'이라 부르며 석유 의존 경제 전환을 이끌 핵심 요소로 보고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기술 테스트베드(실증시험장)를 비롯한 다양한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중이다.

아부다비 서쪽 해안 알 마리야섬의 금융자유구역에 위치한 ADIO는 AI 인프라 투자 정책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금융자유구역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본부 건물 외벽에 태극기 조명이 점등됐던 바로 그곳이다. 수브라 본부장은 AI 산업 지속성은 △데이터 처리 능력 △전력 안정성 △제도 기반의 3박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아부다비 투자진흥청과 글로벌마켓이 있는 금융자유구역 전경. 유리 외벽으로 된 업무용 건물들 사이에 녹지와 보행로가 조성돼 있다. 아부다비 글로벌마켓 홈페이지 캡처

아부다비 투자진흥청과 글로벌마켓이 있는 금융자유구역 전경. 유리 외벽으로 된 업무용 건물들 사이에 녹지와 보행로가 조성돼 있다. 아부다비 글로벌마켓 홈페이지 캡처


빅테크들이 점찍은 유망 AI 시장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을 알린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합작회사를 세우고 미국에 700조 원 이상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넉 달 뒤 오픈AI는 이 모델의 첫 해외 진출지가 UAE라고 발표했다. UAE 국영 AI 기업 G42와 손잡고 오라클, 엔비디아, 시스코, 소프트뱅크를 끌어들여 아부다비에 세계 최대 규모인 5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GB300이 쓰인다. 이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UAE 스타게이트에 참여하게 됐다.

11월 UAE 아부다비 국가전시센터에서 열린 '국제 석유 전시회 콘퍼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아부다비에 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아부다비=AFP 연합뉴스

11월 UAE 아부다비 국가전시센터에서 열린 '국제 석유 전시회 콘퍼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아부다비에 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아부다비=AFP 연합뉴스


미국 부동산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5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비교 보고서'는 아부다비를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망한 신흥 시장으로 선정했다. 총 97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전력 공급, 광섬유 연결성, 토지 가격 등 20개 지표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아부다비의 성장성을 알아본 빅테크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에 들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G42와 함께 데이터센터를 내년 말 가동할 예정이다. 아부다비 정부역량강화부(DGE)는 AI 인프라에 130억 디르함(약 5조1,1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AI 기반 전력망으로 400억 원 절감



압둘라 후마이드 알 자르완 아부다비 에너지부 의장이 6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야스섬에서 AI 산업 유치를 위한 에너지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아부다비=김태연 기자

압둘라 후마이드 알 자르완 아부다비 에너지부 의장이 6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야스섬에서 AI 산업 유치를 위한 에너지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아부다비=김태연 기자


아부다비가 대규모 컴퓨팅 자원 마련에 자신감을 보이는 건 AI 산업 확장을 전제로 전력 시스템을 설계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6일 야스섬에서 만난 압둘라 후마이드 알 자르완 아부다비 에너지부(DOE) 의장은 "요금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전력 신청부터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매우 짧다"고 소개했다.


이곳의 전력망은 원자력·가스·태양광을 통합한 '에너지 믹스' 체계다. 원자력으로 24시간 기저부하를 확보하고, 가스로 수요 변동과 피크 부하를 조정한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평탄한 사막 지형에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도 지었다. 알 자르완 의장은 "기존 전원에 새 시스템을 통합해 전력 인프라를 확장 중"이라며 "AI 전력 수요가 지금보다 세 배 증가해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로 상황을 실시간 분석하고 발전원 간 출력을 배분해 운영비를 낮출 수 있어서다. 수요 예측과 설비 운영을 최적화해 이미 1억 디르함(약 393억 원) 이상 재정을 절감했다. 알 자르완 의장은 "향후 10년간 발전 용량을 두 배가량 확대해 투자를 더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

상반기에만 AI 기업 150개 설립



5일(현지시간) AI 스타트업 '레드브릭'의 양영모(왼쪽) 대표와 이광용 총괄이 UAE 아부다비 알 마리야섬 글로벌마켓 내 '허브71'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부다비=김태연 기자

5일(현지시간) AI 스타트업 '레드브릭'의 양영모(왼쪽) 대표와 이광용 총괄이 UAE 아부다비 알 마리야섬 글로벌마켓 내 '허브71'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부다비=김태연 기자


아부다비는 2017년부터 일찌감치 AI 산업을 석유 다음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정책을 설계했다. 정권 교체나 단기 정책 변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기업에 긍정적이다. ADIO가 나서서 해외 기업의 아부다비 안착을 돕는 것도 주효하다. 수브라 본부장은 "사업 리스크를 대신 떠안는 게 아니라, 현지에서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게 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4일(현지시간) 탄소 배출 '제로(0)'를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사업화 모델을 실증하는 '마스다르 시티' 조감도가 UAE 아부다비 북부 내륙 조성지에 설치돼 있다. 아부다비=김태연 기자

4일(현지시간) 탄소 배출 '제로(0)'를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사업화 모델을 실증하는 '마스다르 시티' 조감도가 UAE 아부다비 북부 내륙 조성지에 설치돼 있다. 아부다비=김태연 기자


기술 실증에 용이하다는 점은 특히 AI 스타트업에 매력적이다. 금융자유구역 내 글로벌마켓에 있는 스타트업 육성기관 '허브71'은 AI 실증과 멘토링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 곳곳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드론 혈액 운송 시스템, 자율주행차, 제조 AI 등 여러 기술의 상용화 시범 운영도 진행 중이다. 이곳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레드브릭'의 양영모 대표는 "기술 상업화에 필요한 기관 연결은 물론 사무실과 주거도 지원받아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도시 운영을 시험하는 탄소중립 프로젝트 '마스다르 시티'도 기업들엔 중동 진출의 기회로 여겨진다. 아부다비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아부다비에 AI 기업 150개가 설립됐다.


아부다비는 2027년까지 'AI 네이티브 정부'도 구현할 방침이다. 거주지 이전 정보를 기반으로 AI가 행정 절차를 자동 처리하거나, 기업 활동을 모니터링해 맞춤 정책을 안내하는 식이다. 수브라 본부장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아부다비를 글로벌 기술·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부다비=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