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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행동으로 욕 먹는 이청용을 위한 변명

스포티비뉴스 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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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행동으로 욕 먹는 이청용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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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이청용(37)의 커리어 끝자락이 참 어지럽다. 팀이 흔들리던 시기, 단 한 번의 행동으로 조롱받고 있다. 울산HD 왕조를 이끌었던 베테랑이 초라하게 움츠려 들었다.

이청용은 2020년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 무대에 돌아왔다. 만 32세였지만, 은퇴에 가까운 시기보다 컨디션이 좋을 때 돌아와 축구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2 무대를 누볐던 이청용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었다. 훈련장에서 볼을 차면 ‘클래스가 다르다’는 느낌과 또 다른 동기부여를 동료들에게 줬다.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K리그 3연패 ‘왕조’ 당시에 안팎으로 적잖은 본보기, 팀이 하나가 됐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꽤 오래갈 것 같던 울산의 상승세가 한 순간에 꺾였다. 2025시즌 리그 4연패를 넘어 아시아 무대까지 조준하려던 팀이 좀처럼 이기지 못했다. 성적 부진을 포함해 다양한 내외부적인 이슈, 이례적인 시즌 중 두 번의 감독 교체까지. 이 모든 걸 내부에서 지켜봐야 했다. 6시즌 동안 울산의 상승세를 함께했던 베테랑 이청용에게 낯선 광경이었을 테다.




이청용은 울산에 온 뒤로 팀만 생각했다. 30대 중반을 넘긴 자신이 후배들의 출전 기회를 빼앗는 건 아닌지 늘 고민했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치열했던 시즌이 끝난 뒤 휴식기 마저도 ‘내가 지금 동생들·후배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닌지, 박수 칠 때 은퇴를 결정해야 하는지’를 되새김질했다. 몸은 쉬고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던 셈이다.

김판곤 감독 시절에 ‘라커룸 장악력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 때도 팀을 위해 단합을 외쳤던 이청용이다. 김판곤 감독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루머에도 동료들을 다그치며 신뢰를 강조했다. 실제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온 힘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감독님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 등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진실 여부를 차치하고, 신태용 감독 시절 팀과 동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해안더비에서 명단 제외가 됐을 때도 웃어넘겼던 그였다. 으레 돌던 출전 시간 부족에 따른 재계약 옵션 발동 여부에 대한 불만, 경기 출전에 대한 아쉬움과 거리가 멀었다. K리그 왕조를 시작하며 상승 곡선에 있던 팀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걸 손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모든 구성원이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떠난 뒤 ‘골프 세리머니’는 감독 경질의 통쾌함이 아니었다. 계획된 세리머니도 아니었다. 팀이 추락하는 상황에 오랜만에 승리, 잠깐의 흥분에 도취됐던 행동이었다. 찰나의 세리머니 이후, 이청용은 꽤 많은 시간을 괴로워했다는 후문이다. 베테랑 답지 못했고 경솔했던 행동이라는 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었고, 이후 거듭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지만 불붙은 여론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이청용이 국내 무대에 돌아왔을 때, 유럽 시절을 기억했던 많은 팬은 그를 응원했다. K리그가 개선해야 할 인프라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을 때에는 소신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피치 위 단 한 번의 행동 이후, 존중받던 베테랑에서 조롱의 대상이 됐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청용은 다음 시즌 울산과 동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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