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3명 지명 배경은
청와대에서 인사 브리핑 이규연(왼쪽)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장·차관급 인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수석은 이날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된 데 대해 “통합과 실용 인선”이라고 했다./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3선을 한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하자 “파격 인사”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통합과 실용 인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며 “경제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하고, 재벌의 불공정거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2005년 대부업 최고 이자율을 70%에서 30%로 낮추자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적이 있다. 2018년엔 지역 임금 차등제 등 노동계가 반발하는 내용이 담긴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 후보자가 그간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정책 전문가’ 발탁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이 후보자는 2021년 8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주장에 대해 “정말 경제학을 모르는 말씀”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 대해 “보수층을 끌어안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선 장관 인사에서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고, 경북 출신이자 보수정당 의원을 지낸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임명한 것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색깔로 누구에게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적임자라면 어느 쪽에서 왔든지 상관없이 기용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침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이규연 수석은 이날 “대통령의 국정 인사 철학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통합이라는 부분과 실용 인사라는 두 축이 있었다”며 “이런 인사 원칙을 이번에도 지켰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중도·보수 인사로 평가되는 김성식 전 의원을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한 것 역시 통합 메시지라는 것이다. 김 부의장은 18대 국회에선 한나라당,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 소속이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혜훈 후보자는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이력이 있다. 김성식 부의장은 부산 출신이고, 이경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김종구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각각 대구와 경북 경주 출신이다. 홍지선 신임 국토교통부 2차관은 강원 동해 출신이다.
다만 여권에서도 이혜훈 후보자의 경우 “현 정부 철학과 안 맞는 인사”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후보자가 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여러 차례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 후보자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사실상 반대 뜻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 3월 22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재명 대표의 탄핵 추진은 불법”이라며 “이재명 대표 측이 추진한 30건의 탄핵 시도는 내란 행위와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국민의힘의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에 앉히는 인사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고 공개 반대했다.
여권 관계자는 “일선 공무원들에 대해선 계엄과 관련된 것을 적발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면서, 공공연하게 계엄을 두둔한 정치인을 장관 자리에 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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