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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활용한 자폐아 치료, 사람이 한 치료와 효과 비슷했다

동아일보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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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활용한 자폐아 치료, 사람이 한 치료와 효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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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동 132명 대상 임상시험

표준 치료법보다 참여도 증가하고

모방 능력 발달서 효과 더 높기도

인적 부담 감소-맞춤 치료법 기대
자폐 아동이 로봇 보조 치료를 받고 있다. 기존 치료법과 비슷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내면서 참여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제공

자폐 아동이 로봇 보조 치료를 받고 있다. 기존 치료법과 비슷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내면서 참여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제공


인간과 상호작용·교감할 수 있도록 설계한 ‘사회적 로봇’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자폐)를 앓는 아동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톰 짐케 스웨덴 린셰핑대 컴퓨터·정보과학과 교수팀은 자폐 아동 대상의 로봇 보조 치료가 기존 치료법과 비슷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내면서 동시에 참여도를 향상 시킨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24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공개했다.

자폐 아동 치료에 사회적 로봇을 활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약 25년 전부터 지속됐다. 선행 연구 대다수는 개념 증명 연구나 소규모 임상에 그쳐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또 기존에 확립된 심리치료 시스템에 근거를 두지 않은 경우도 많아 로봇 보조 치료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로봇 보조 치료로 자폐 아동이 사회적 기술의 기초인 모방, 공동주의, 차례 지키기 등의 행동 변화가 발생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대규모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모방은 타인의 행동이나 표정을 관찰하고 따라 하는 능력을, 공동주의는 하나의 사물이나 활동에 다른 사람이 함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능력을 뜻한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병원 내에서 자폐 아동 69명을 대상으로 2주 간격, 12회 치료가 진행됐다. 인간 치료사는 치료에 필요한 놀이 과제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 로봇을 활용했다. 로봇은 테이블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작동했고 카메라 여러 대를 활용해 자폐 아동의 자세와 움직임, 표정 등을 기록했다.

분석 결과 로봇 보조 치료의 효능은 대조군인 기존 표준 치료법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표준 치료법에서는 치료가 반복될수록 자폐 아동의 흥미가 떨어지는 경향이 확인됐지만 로봇 보조 치료에서는 참여도가 끝까지 유지됐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루마니아 소재 자폐 아동을 위한 특수 교육기관 및 치료센터 10곳에 로봇 보조 치료를 도입해 교육 현장에 활용 가능한지 확인했다. 이번에는 테이블의 센서 대신 태블릿을 사용해 로봇을 제어했다. 자폐 아동 63명을 대상으로 치료를 5회 진행한 결과에서도 효과가 검증됐다.


전반적으로 로봇 보조 치료는 모방 능력 발달에서 학습 효과가 더 높았다. 공동주의와 차례 지키기에서는 기존 치료법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로봇 보조 치료 세션을 반복 진행하면서 참여도가 증가했기 때문에 로봇 자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유발 효과라고 보긴 어렵다”며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 보조 치료가 기존 자폐 아동 치료의 인적 부담을 감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동 특성에 따른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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