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입사 단계에서 이들을 적발했지만 북한 요원들이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상당수에 북한 정보기술(IT) 인력 수천 명이 침투해 있는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도 연간 80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유엔의 추산이다. 4억 원 넘는 연봉을 받는 사람도 있다. 수입의 90%를 북한 당국에 상납한다고 하지만 10%만 챙기더라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171만 원)보다 수십 배가 많다.
▷미국 기업들이 이런 위장취업에 당하는 건 미국인으로 신분 세탁을 한 데다 높은 성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고강도 훈련을 받아 기술이 뛰어나지만 연봉을 조금만 줘도 일하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의 한 사이버보안회사 대표는 감쪽같이 속아 북한 기술자를 고용했던 경험에 대해 “취업 인터뷰를 100번은 해본 프로 같았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재택근무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현지인 공범까지 매수해 회사 PC를 그들의 집에 두고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원격으로 접속한다.
▷빅테크 취업은 핵, 미사일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둠의 경로로 외화벌이를 해왔던 북한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암호화폐 해킹 등으로도 재미를 봤지만 최근엔 과감히 양지로 나온 것이다. 노트북만 있으면 세계 어느 기업에서든 돈을 벌 수 있고, 내부 정보와 지식재산권을 탈취하면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다. 요즘엔 글로벌 방산업체에도 공작원들을 취업시켜 무기 제조 기술까지 넘본다고 한다.
▷이런 효용을 아는 북한은 IT 인재들을 ‘국가 전사’로 대우한다. 김일성종합대 등 명문대 수재들을 선발해 ‘해외 취업’ 부대에 우선 배치한다. 북한 청년들도 상위 1%급 고소득 전문직인 데다 북한 밖에서 살 수 있는 IT 기술자를 선망한다. 인터넷을 쓸 수 있어 K드라마 등 해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한국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듯 북한 수재들은 IT를 배우려 혈안이라고 한다. 해외 취업이 절박한 이 청년들은 북한의 어떤 지령도 필사적으로 완수하려 할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