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오파에서 주민들이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연계 무장세력을 겨냥해 실시한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
IS ‘기독교인 학살’ 이유 앞세워
성탄절에 북서부 소코토주 폭격
지역 의원 “테러 활동 전무한 곳”
복음주의 교인에 보여주기 해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성탄절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나이지리아 북서부를 공습한 것을 두고 실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독교인 학살’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현지에선 공습 지역이 IS와 무관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독교 지지기반을 결집하려 상징적 공습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CNN은 나이지리아 북서부 소코토주 탐부왈 지역 자보 마을 주민들이 지난 25일 미군의 공습으로 혼란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주민들은 비행물체가 상공을 날고 폭발음이 들리자 공포에 질려 대피했고, 미사일은 보건소에서 약 500m 떨어진 들판에 떨어졌다. 탐부왈 지역을 대표하는 주의회 의원 바샤르 이사 자보는 “이 지역은 평화로운 공동체”라며 “IS나 라쿠라와(IS 연계 의혹을 받는 지정 테러단체) 등 테러단체의 활동 전력이 전혀 알려진 바 없다”고 CNN에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고한 기독교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잔혹하게 살해해온 IS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강력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정황이어서 논란이 불거졌다. 공습을 받은 소코토주는 기독교인이 적고 무슬림과 갈등도 없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미국과 나이지리아가 공습 이후 구체적인 표적과 결과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고 전했다.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대변인 다니엘 브왈라는 이날에서야 “IS, 라쿠라와, 무장강도들이 표적이었다”고 밝혔으나 사상자의 신원이나 소속 단체가 어디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나이지리아 야당에선 미국과 합동 작전을 벌였다는 정부를 향해 “IS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소코토주를 공습한 법적 근거, 승인 절차와 전략적 이유를 설명하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공습에 의구심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라쿠라와가 미군의 표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들이 실제로 IS와 연계된 무장단체인지, 실체가 불분명한 지역 강도 수준인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또 IS를 겨냥하려면 북서부 소코토주가 아니라 반대편 북동부 지역을 공습했어야 타당하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나이지리아 내 IS와 연계성이 가장 뚜렷한 집단은 북동부 지역을 근거지로 삼는 IS 서아프리카지부(ISWAP)가 꼽히기 때문이다. ISWAP는 보코하람(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조직)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안보 전문가 카비르 아다무는 보코하람, ISWAP 등이 장악한 나이지리아 북동부 삼비사 숲을 거론하면서 “만약 삼비사 숲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면 아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곳이 표적 집단의 주요 거점 중 하나라는 건 모두가 알기 때문”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 지지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결집을 꾀하려 단행한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공습은 미국 내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와 공화당 고위 인사들이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이 폭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수개월째 우려를 표해온 끝에 이뤄졌다.
트럼프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공습 이후 “기독교인들의 죽음에 복수하는 것보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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