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영상 편집 플랫폼 캡윙에 따르면 상위 유튜브 채널 1만5000개 중 278개 채널이 ‘AI 콘텐츠 공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누적 조회수는 630억회를 넘어섰다. 이중 한국에 기반을 둔 11개 채널의 조회수가 총 84억회로 가장 많은 시청횟수를 기록했다. [캡웽 제공] |
유튜브 신규 사용자에게 추천되는 영상 5개 중 1개는 조회수 조작을 목적으로 제작된 저품질 인공지능(AI) 콘텐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AI 슬롭(Slop)’으로 불리는 이들 영상은 시청자의 인지 능력을 저하시키는 ‘브레인로트(Brainrot·뇌 부패)’ 현상을 유발하며 연간 약 1억 1700만 달러(약 1690억 원)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추산된다.
27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동영상 편집 플랫폼 ‘캡윙(Kapwing)’이 상위 유튜브 채널 1만 5000개를 분석한 결과, 278개 채널이 ‘AI 콘텐츠 공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630억 회를 넘어섰으며, 구독자 수는 2억 21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한국에 기반을 둔 11개 AI 슬롭 채널은 총 84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청 횟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채널 ‘3분 지혜(Three Minutes Wisdom)’는 누적 조회수 20억 회를 돌파하며 글로벌 2위에 올랐으며, 연간 광고 수익은 약 404만 달러(약 58억 원)로 추정됐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의 질적 저하가 심각해 시청자의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추천 영상의 3분의 1은 논리적 구조가 없는 ‘브레인로트’ 콘텐츠로 분류됐다. 자극적인 화면과 기괴한 설정을 반복해 시청자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사고 능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재난 현장을 AI로 조작하거나 근육질 캐릭터의 반복적인 전투 장면을 담은 영상들이 수십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수익을 독식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초래하는 인지 저하 우려가 커지자 전문가들은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유튜브 시청 습관을 당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하버드 의대 디지털 건강 센터 등 권위 있는 기관들의 조언에 따르면, 뇌의 전두엽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동 재생’ 기능을 해제해야 한다. 알고리즘에 의한 수동적 시청을 차단해 뇌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 심리학회(APA)는 ‘무지성 스크롤’ 시간을 15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의 반복 시청은 도파민 수용체를 무감각하게 만드는 ‘팝콘 브레인’ 현상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단순히 화면을 응시하기보다 시청 후 내용을 요약하거나 의견을 정리하는 ‘능동적 시청’을 병행하고, 논리적 전개가 명확한 고맥락(High-Context) 콘텐츠 비중을 높이는 것도 ‘브레인로트’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유튜브 측은 가이드라인 위반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