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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 이유 있다”···고물가시대 男소비 바꾼 ‘프라이스 디코딩’

서울경제 노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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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 이유 있다”···고물가시대 男소비 바꾼 ‘프라이스 디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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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가격인가’ 따져보는 소비 트렌드
소재·공정·완성도 분석하는 소비자 증가
정장·다운 등 겨울 아우터에서 두드러져
남성복 브랜드, 가격 근거 앞세워 경쟁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찾기보다 가격이 형성된 구조와 배경을 이해한 뒤 구매하는 이른바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프라이스 디코딩은 ‘해독하다, 풀다’라는 뜻의 ‘Decode’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는 소비 방식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은 소재와 공정, 완성도가 착용감과 내구성으로 직결되는 겨울 시즌에 특히 두드러진다. 패딩, 코트, 니트 등 고가 아이템일수록 가격에 대한 판단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는 양상이다. 최근엔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원단과 봉제, 충전재, 제작 공정까지 꼼꼼히 따져보며 ‘가치 있는 한 벌’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들은 소재 경쟁력과 공정·제작 배경을 전면에 내세우며 변화한 소비 기준에 대응하고 있다.



LF의 대표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는 프리미엄 정장 수요 증가와 함께 프라이스 디코딩 트렌드의 수혜를 받고 있다. 브랜드 최상위 라인 ‘알베로(ALBERO)’는 로로피아나, 제냐, 콜롬보, 피아첸자 등 세계적인 원단사의 울·캐시미어·실크 소재를 사용하며 자사 양산 공장에서 약 160명의 장인이 280여 개 공정과 9단계 볼륨 설계를 거쳐 제작한다. 고급 원단과 숙련된 공정이라는 가격 근거를 앞세운 알베로는 가을·겨울(FW) 시즌 아우터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약 30% 증가했다.

경험적 요소도 영향을 미쳤다. 마에스트로는 VIP 멤버십과 스타일링 클래스 등의 마케팅을 비롯해 원단·디자인·패턴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MTM 오더와 사이즈오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마에스트로 담당자는 “정장은 공정과 원단, 착용 경험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아이템”이라며 “가격의 이유를 중요하게 보는 고객일수록 마에스트로의 제작 방식과 헤리티지를 이해하고 선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컨템포러리 남성복 브랜드 '알레그리' 역시 소재와 제작 완성도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FW 시즌부터 전개한 이탈리아 생산 기반의 럭셔리 라인 ‘프레스티조 디 알레그리’는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올해 FW 시즌 정식 론칭했다. 이탈리아 고급 원단사인 피아젠자의 캐시미어와 이탈리아 장인 공정을 거친 구스다운 제품은 300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품절을 앞두고 있으며, FW 시즌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TNGT'는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프라이스 디코딩 소비를 구현하고 있다. 소재와 부자재 완성도를 앞세워 ‘티구다’로 불리는 등 입소문을 탄 구스다운 제품군은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매출이 약 40%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자체보다 ‘왜 이 가격인가’를 따지는 소비가 정착되고 있다”며 “소재와 완성도를 우선순위로 설계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브랜드가 선택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영 기자 nonst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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