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그룹 '구구단' 출신 김세정(29)은 '사내맞선'(2022)을 통해 '로코 여신'으로 떠올랐지만, 세 작품 연속 부진을 겪었다. '오늘의 웹툰'(2022)부터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2023) '취하는 로맨스'(2024)까지 기대 이하 성적을 거뒀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연달아 하다 보니 이미지가 굳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막을 내린 MBC TV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로 사극에 도전했다. 영혼 체인지와 1인3역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첫 사극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서른 기점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로맨스 장르에 갇히기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계속 하는 게 맞을까, 리스크를 감안하고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다. 로코는 워낙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글로벌로 선호해 놓칠 수 없었다. 맛있는 사탕이라서 오래 두고 먹을 것 같다. 가끔 전환이 필요하지만, 로코 여신 수식어는 잃고 싶지 않다. 계속 로코를 병행하면서 '다른 이미지도 있다'는 걸 각인 시키고 싶다. 매번 연기할 때 '결과는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드라마는 후회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다행히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구나 싶다."
이 드라마는 웃음을 잃은 세자 '이강'(강태오)과 기억을 잃은 부보상 '박달이'(김세정)의 영혼 체인지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1회 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14회 6.8%로 막을 내렸다. 조선판 '시크릿 가든'(2010~2011)으로 불렸는데, 촬영 전 하지원에게 조언을 구했다. "'둘이 최대한 많이 대화를 나누라'고 해 서로 휴대폰으로 녹음하고 들었다"며 "몸이 바뀐 강이를 연기하는 게 어색했다. 자칫 남자인 척 하는 사람으로 비춰져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았다. 빨리 떨쳐내야 했다. 사실 나보다 오빠가 더 부끄러울 거니까.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나중엔 편하게 했다"고 돌아봤다.
'얼굴에 강태오가 보인다'는 호평을 받았는데, 강을 따라하다 목이 쉬어 2주간 고생했다. "서로 버릇을 공유했다. 강이 자주 뒷짐을 지고, 내가 눈을 많이 굴리는 부분 등을 캐치했다"면서 "외관만 따라하면 안 될 것 같아 강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을 물어봤다. 그전까지 염세주의로 살았는데, '달이를 만나서 이런 감정이 피어났다'고 설명해줬다. 오빠가 '세정이 하고 싶은 거 다해'라며 배려해줬다. 함께 하니 점점 더 닮고, 좋은 시너지가 나왔다"며 고마워했다.
달이 세자빈 '연월'(김세정) 시절 기억을 되찾고, 강과 마주했을 때 감정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감사하게도 과거신을 먼저 찍었다. 서로 반지를 주고 받고 파노라마처럼 그려졌다. '그립고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5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켜봐서 동시에 감정이 몰려와 괴로웠다. '어떻게 달래주고 받아들일까'라는 혼란도 있지만, 사랑한 감정이 크게 다가와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김세정표 사극은 '다 되는 사극'이다. "톤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며 "연기 스터디에서 선배들도 '사극 톤에 갇히면 안 된다'고 하더라. '사극을 하니까 톤을 잡아야지' 보다는 이 캐릭터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집중했다. 사극 주제도 다양해 한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의미로 다 되는 사극"이라고 짚었다. "워낙 준비한 톤이 많았는데, 강, 연월 등을 구분 지어서 이질감 안 들게 봐줘서 감사하다.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좋아했고, 최대한 잘 어울렸으면 했다. '세정이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줘서 기뻤다"며 좋아라했다.
"그 시절 예법을 몸으로 익히고 싶어서 수업을 들었다. 왼손과 오른손 위치, 차를 마실 때 방법 등을 배웠다. 연월과 강은 양반집 규슈로 살아서 몸에 배어 있을 것 같았다. 워낙 털털해 내 모습이 보이면 안 될 것 같더라. 사극 촬영은 더울 때 더 덥고 추울 때 더 춥고 거리는 멀고 여러 가지 고충이 있지 않느냐. 감사하게도 사극 체질 같다. 가는 길이 멀어서 극본을 보거나 붓기 빠질 시간이 있었다. 난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하다. 이번에 퓨전사극으로 재미있는 요소를 보여줬다면, 다음엔 정통사극도 도전해보고 싶다."
시청률 두자릿수 공약을 하지 못해 아쉽지는 않았을까. "커피차 이벤트를 못한 건 아쉽다"면서도 "화제성 만큼 시청률이 나왔다. 충분히 감사하고 아쉬움은 감사 인사를 못 한 정도"라고 받아들였다. "워낙 에너지가 밝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게 많다'는 걸 인정 받고 싶었다. 이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큰 도전이라서 고민했지만, '하길 참 잘했다' 싶다"고 했다.
내년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데뷔 때 꿈꾼 건 다 이룬 것 같다"면서도 "꿈은 다시 새로 꿔야 한다"는 주의다. 드라마 '학교 2017'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그때 제일 일이 많았다. 처음으로 '쉬지 않고 일하면 아플 수 있구나'를 느꼈다. 그때부터 작품이 끝나면 한 달 정도 쉰다. 지금도 큰 터닝포인트 중 하나 같다. 서른 이후 연기, 음악에 강박을 갖기 보다 즐기고 싶다. 이 기점에 많은 변화가 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지치면 지친다고 얘기한다. 오늘 같은 날도 힘들면 '조금 텐션을 낮춰도 될까요?'라고 해도 괜찮지 않느냐. 빨리 나를 캐치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억지로 꾸며낼 필요도 없다. 부담감이 많았으면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게 흥미롭다. 연기, 음악할 때도 진심으로 재미있어서 더 안 지치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성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느냐. 성적이 조금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이전에는 내 탓을 했다. 이제 그걸 벗어나서 '삶에 후회가 없으니 슬픈 생각을 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졌다."
최근 첫 번째 싱글 '태양계'를 발표했다. 성시경 곡을 리메이크했다. 다음 달 10~1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팬콘서트 '열번째 편지'를 열 계획이다. "메인곡만큼 사랑 받은 곡을 리메이크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태양계를 베스트로 꼽은 분이 많았다. 막연히 '재미있겠다' 싶어 도전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선배 목소리가 워낙 좋고 캐릭터가 강해서 나만의 목소리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선배가 유튜브 채널 '부를텐데' 촬영했을 때 '스스로 믿어도 되는 시기가 왔으니 생각을 덜고 너의 감정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줬다. 이후 다시 녹음했고 참 잘했다 싶다"고 했다.
"주변에서 '노래와 연기 중 뭐가 더 재미있느냐'고 많이 물어본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둘 다 좋은데, 최근엔 연기할 때 조금 더 편하다. 노래는 너무 좋아해서 어렵다. 연기만큼 노래도 편하게 대할 수 있을 때까지 좋아할 것 같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그냥 해보고 싶다. 그전까지 '좋은 드라마·노래, 많은 사람들이 봐줄 드라마는 이런 거다'라고 정해 놓고 한계에 갇혔다. 내가 바라본 것 중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계속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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