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미국인 유튜버, 美 떠날 결심 “月 400만원 내도 진료 못 봐”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원문보기

미국인 유튜버, 美 떠날 결심 “月 400만원 내도 진료 못 봐”

서울맑음 / -3.9 °
부족한 의료 서비스·세금 폭탄에 생활 포기
유튜버 올리버쌤 부부./유튜브

유튜버 올리버쌤 부부./유튜브


한국에서 생활하다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간 225만 유튜버 올리버쌤이 8년 만에 미국 생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높은 세금과 빈번해진 자연재해, 부족한 의료 서비스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올리버쌤은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인 와이프와 미국 이민 8년 차… 이제는 진짜 포기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 후 한국에서 생활하다 8년 전부터 고향인 미국 텍사스에서 지내왔다.

올리버쌤은 “미국은 강대국이니까 (경제가) 문제없겠다 생각하시는 분들 많겠지만 실제로는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가장 먼저 세금 문제를 언급했다. 숲속 전원주택에서 생활 중이라는 올리버쌤은 “내년부터 재산세 8000달러(약 1156만원)를 내야 한다. 주택 보험료는 4402달러(약 637만원)를 내야 한다. 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1년에 1800만원을 내야 한다”며 “문제는 앞으로 이 비용이 매년 15% 올라갈 거라는 전망이 있다”고 했다.

텍사스는 토네이도, 산불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라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리버쌤 부부는 텍사스가 미국의 대형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지역인 만큼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보험을 들 수 있는 게 감사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기후 위기를 대비할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미국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올리버쌤 부부는 “텍사스는 여름에 40도가 넘는다”며 “아이를 출산하기 2주 전에도 텍사스에 전력난이 생겨서 다 멈췄다. 그때 300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했다.

이어 “당장 내년 여름에도 이 같은 정전이 일어날 텐데 40도 폭염에 견딜 자신이 없다”고 했다.

올리버쌤은 미국의 공교육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문제도 짚었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46년 만에 연방 교육부 폐지 절차에 돌입했고, 텍사스주 정부도 연방 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올리버쌤의 아내는 “실제로 학교 예산이 많이 줄어들어서 주변 대도시에 있는 큰 학군들도 폐교를 많이 했다”며 “선생님들도 많이 그만두거나 해고돼서 교사 대신 자격증 없는 일반인이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 4일만 가는 학교도 생겼다. 이유를 알아보니 예산이 줄어들어 선생님의 월급을 충분히 줄 수 없다 보니 휴교일을 만들어 월급을 줄인 것”이라며 “우리 딸이 다니는 학교도 이유 없이 휴교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유튜브


미국의 악명 높은 의료 시스템도 미국 생활을 포기한 이유로 꼽혔다.


2019년 월 676달러(약 97만원) 수준이었던 올리버쌤 가족의 의료보험비는 내년부터 월 2600달러(약 376만원) 수준으로 오른다고 한다. 문제는 월 400만원에 가까운 의료보험비를 내고도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리버쌤 아내는 “미국의 의료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평소 생활하는 모습에서 많이 보여드렸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이들 가족에게 의료 서비스의 문제가 직격탄으로 다가온 일이 최근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시아버지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기 이전에도 여러 번 증상을 보였고 검사를 받고 싶어 병원에 찾아갔다”며 “주치의를 만나는 게 오래 걸렸고 겨우 만나러 갔더니 소금 먹고 쉬라더라. 아무리 정밀 검사를 받고 싶다 해도 받을 수 없고 결국 말기가 돼서야 발견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찢어질 거 같았다”며 “‘이런 위기가 나한테 찾아오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덮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보험료를) 400만원 가량 내고 있는데도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는지도 모르겠다”며 “뼈저리게 느꼈다. 이곳은 그냥 아프면 소모품처럼 없어지는 곳”이라고 했다.

끝으로 올리버쌤은 “2년 동안 고민했던 문제다. 인플레이션, 특히 병원 문제 때문에 마음을 확실히 먹었다. 이 이민 생활을 끝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이민 생활을 끝내기 전에 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고, 떠난다면 어디로 갈지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너무 어렵지만 결정해야 한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올리버쌤은 미국인 유튜버로, 한국에서 영어 원어민 강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텍사스에서 영어 학습과 미국 문화 콘텐츠, 가족과의 일상 등을 유튜브로 공유하고 있다.

그는 과거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심한 악플을 넘어 위험한 스토커들이 생겼다. 마님(아내 애칭)을 보호하고, 정체를 노출하고 싶지 않았다”며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김자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