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PADO |
"그것은 1980년대 책이었어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인쇄도 조잡하고 번역도 거칠었지만 저는 완전히 전율을 느꼈죠. 저는 대학 시절 며칠 밤낮을 새워가며 그 책을 읽었고 그때부터 세계적인 회사를 세우는 꿈을 꾸었답니다."
1987년, 레이쥔은 우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21세 학생이었다. 그의 상상력에 불을 지핀 책은 1970년대 인디 해커 문화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같은 글로벌 거인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기록한 '실리콘밸리의 불'이었다. 물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 같은 비전을 가진 이들이었다. 레이쥔의 인생 궤적은--그는 조요닷컴(이후 아마존에 인수됨)을 창업했고, 샤오미를 스마트폰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으며, 그 후 전기차에 수십억 달러를 걸었다--바로 그 초기 독서 행위로부터 직접적으로 펼쳐졌다. 그의 별명은 '레이쥔'과 '잡스'를 합친 혼성어인 '롭스'(L-obs)가 되었다.
지난 8월, 작가 태너 그리어는 '실리콘밸리 정전(正典)'에 관한 글을 썼는데 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패트릭 콜리슨과 닐스 길먼 같은 테크 업계의 저명인사들이 각자의 기고문으로 그 뒤를 이었다. 레이쥔의 이야기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중국의 테크 정전은 무엇일까? 중국 기업가들의 야망에 불을 지피고 그들의 인지적 배경에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저작물은 무엇일까?
그리고 통합된 '중국 테크 정전' 같은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중국의 테크 엘리트들은 실리콘밸리 엘리트보다 더 넓은 세대적, 이념적 범위를 포괄한다. 마오주의 전성기인 19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창업가는 스탠퍼드를 졸업하고 상하이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2020년대의 AI 기업가와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특정 지적 기준을 공유하는 실리콘밸리의 비교적 응집력 있는 귀족적 계급정체성과 달리, 중국 테크 창업가들은 세대와 국가권력과의 관계에 따라 분열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부 중국 테크 창업가들은 스스로를 실리콘밸리의 후예로 여긴다. 그리어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코딩하고, 만들고, 파괴하고, 발명하고, 정복한다. 그러나 그들은 필연적으로 중국의 독특한 역사적 궤적, 제도적 틀, 그리고 시장의 역학 속에 깊이 박혀 있다.
(계속)
━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
PADO 국제시사문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