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과학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김성훈 옮김|21세기북스|348쪽|2만1000원
‘하면 된다’. 과거 찬사받던 이 말이 유전 공학이 극도로 발전한 미래에는 자조의 문구가 될지 모른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많은 이가 자신의 타고난 생물학적 성향을 알면 처음에는 반발하고, 이내 곧 모든 걸 포기한다고 우려한다. 유전자 정보를 ‘포기’가 아닌 ‘실현 가능성’ 잣대로 여길 것을 제언한다. 유전자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우월한 유전자만 남기려던 히틀러식 우생학의 근본이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간 대부분은 생존을 위해 과식 유전자를 타고났다. 배달로 24시간 음식을 얻는 환경이 유전자 진화 속도보다 빨리 온 탓에 살 안 찌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널리 퍼지려면 족히 2000년이 더 필요하다. 저자는 이 사실을 ‘다이어트 포기’ 대신 ‘무리 없는 현실적 다이어트’를 택하는 근거로 삼을 것을 조언한다. ‘아기와 성인 모두 교육자와 시선 접촉 시 학습 속도가 빨라진다’ 등 쏠쏠한 유전 정보도 담긴 책. ‘어차피 다 유전자 탓’이라며 주저앉기만 한다면 결국 스스로 바뀔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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