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기업 파이어본드 최고경영자(CEO)인 그레이엄 워커. /X(옛 트위터) |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 있는 한 전력 장비 회사가 대기업에 매각된 후 직원들에게 나눈 통 큰 선물이 화제다. 500명이 훌쩍 넘는 직원 모두에게 1인당 6억원 이상의 보너스를 뿌린 것이다.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민든에 있는 가족 기업 파이어본드는 최근 대기업 이튼에 매각됐다. 이때 창업자 가족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레이엄 워커는 매각 대금 17억달러(약 2조4531억원) 중 15%를 직원들과 나누겠다는 조건을 인수 협상에 포함했다.
그 결과 정규직 직원 540명 몫으로 총 2억4000만달러(약 3463억원)가 남게 됐고, 직원 한 명당 44만3000달러(약 6억3900만원)의 평균 보너스를 받게 됐다. 장기 근속자들은 수십 년간 회사에 헌신한 수고를 인정받아 더 큰 금액을 얻었다. 다만 65세 미만의 경우 5년에 걸쳐 지급된다고 한다.
보너스가 지급되는 날, 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충격과 환호 속에 봉투를 받아 들었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동료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가족 여행을 떠난 직원, 빚을 갚겠다는 직원, 학자금을 마련한 직원, 은퇴를 준비한 직원 등이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파이어본드는 1982년 워커의 아버지인 클로드 워커가 창업한 회사에서 시작됐다. 전화·전력 설비 구조물을 만들어 성장했지만, 1998년 공장 화재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공장이 다시 돌아가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이 기간에도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엔 다시 수요가 급증해 호황을 맞는 듯했으나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회사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900명이던 직원도 320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특유의 가족 같은 사내 분위기와 직원들의 충성심이 휘청이던 회사를 지탱했다.
워커는 형제와 함께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을 맡으며 사업을 재정비·확장하기 시작했다. 2015년엔 CEO에 올라 과거 해고됐던 직원들을 다시 부르기도 했다. 파이어본드는 개인 성과 대신 집단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침으로 협력 문화를 키워나갔다.
워커는 이번 연말 회사를 기분 좋게 떠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직원들이 마지막 보너스로 어떻게 삶을 바꿨는지, 앞으로도 그 소식을 자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여든 살쯤 됐을 때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가 적힌 이메일을 받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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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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