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인디 게임 어워드(IGA)' 주최 측은 지난 21일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이하 33원정대)'에 수여했던 '올해의 게임상'과 '올해의 데뷔 게임상'을 취소했다. 주최 측이 후보 등록 단계부터 개발사에 생성형 AI 미사용 서약을 필수로 요구했으나, 33원정대 개발 과정에서 AI 아트를 일부 활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개발사 측은 해당 리소스가 패치로 제거됐다고 설명했으나, 주최 측은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순수 창작을 지향하는 인디 게임계의 철학과 배치된다며 수상 결정을 철회했다.
33원정대는 앞서 글로벌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 2025'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게임상(GOTY)'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9관왕에 오르며 올해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로 꼽혔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수상 취소 사태로 글로벌 게임업계 전반에서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크래프톤은 'AI 퍼스트' 전략으로 사내 기술 활용을 독려하고, 산하 스튜디오인 렐루게임즈를 통해 AI 중심의 게임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마법소녀 루루핑',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게임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강화학습과 소형언어모델(SLM) 기반 신작 '미메시스'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선보여 출시 50일 만에 누적 판매 100만장을 돌파했다.
생성형 AI 도입이 게임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팀DB에 따르면 올해 스팀 출시 게임은 26일 기준 1만9795개로 지난 2023년 1만4104개와 2024년 1만8549개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개발 효율화로 개발 기간이 단축되면서 신작 출시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창작의 핵심 영역에서는 저항감이 두드러졌다. '게임 내 스토리·시나리오 자동 생성'에는 52%, '게임 내 음성 생성'에는 55%가 부정적이라 답했다. '디버깅 및 밸런스 조정 등 개발 지원'·'자동 3D 모델 및 지형 생성'·'이용자 생성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의 부문에는 75%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국내 이용자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 5014명 중 약 70%가 AI 기술이 게임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8.2%에 그쳤다. 기대 영역도 'NPC 행동·대화 설정' 23.5%, '이용자 성향 분석 기반 맞춤 콘텐츠 추천' 22.8% 순으로 높았다. 반면 '퀘스트·스토리 자동 생성'은 1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개발비가 적게 드는 AI 기반 콘텐츠에 기존과 같은 값을 지불하는 데 심리적 저항을 느낀다"며 "AI를 단순 효율화 수단으로만 사용하면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AI를 플레이 경험으로 전환해 새로운 재미를 제시할 때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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