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러시아군의 드론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주의 한 아파트. 체르니히우에서만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3명 이상이 다쳤다. 로이터 연합뉴스 |
교황 레오 14세 등의 성탄절 휴전 촉구에도 우크라이나에선 포성이 그치지 않았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주도 종전 문서가 “거의 완성 단계”라고 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성탄절인 25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군 사이에 61건의 교전이 발생했다고 일일 전투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전투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대도시 슬로우얀스크와 리만 방면, 하르키우주의 격전지 쿠퍈스크 방면 전선에서 특히 격렬했다.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양쪽의 폭격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주 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이 지역 주거용 건물을 드론으로 공습해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최소 3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자포리자주에서도 러시아군이 아파트를 폭격해 80살 여성 등 4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영국이 지원한 스톰셰도 미사일로 러시아 서부 노호샤흐틴스크 정유공장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전쟁 돈줄인 석유 수출을 방해하기 위해 석유 시추·저장 시설 폭격에 집중하고 있다.
양쪽의 충돌은 지난 23일 교황이 전세계 분쟁지역을 향해 “최소한 구세주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성탄절)만큼은 평화를 지켜달라”고 호소한 가운데 나왔다. 교황은 전쟁중인 나라들이 “이 요청에 귀 기울여 세계에 24시간만이라도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부탁한 바 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성탄절 축복 행사에서도 우크라이나·러시아에 “진솔하고 직접적이며, 상호 존중하는 대화를 나눌 용기”를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의 종교에 따라 가톨릭 교회의 성탄절인 12월25일이나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인 1월7일을 성스러운 날로 기리거나, 둘 모두를 성탄절로 인정한다.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런 제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 준비할 (여유를 얻는)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전쟁을 끝내고 목표를 달성해 우리 이익을 보장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종전을 위한 미국 주도의 물밑 협상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종전 조건을 담은) 일부 문서는 이미 준비돼 있고, 내가 보기엔 거의 완성 단계다. 다른 문서들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미국 협상단과 함께하며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이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주가 매우 긴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역시 미국과의 협상이 “느리지만 꾸준한 진전”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가 지난 20, 2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 등과 만나 종전안을 논의했고, 드미트리예프가 그 결과물을 크렘린에 전달한 상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달받은 종전 계획을 검토 중이며, (이를 수용할지 등) 향후 단계는 푸틴 대통령 결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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