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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 경제운용에 결정적 열쇠된 ‘환율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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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 경제운용에 결정적 열쇠된 ‘환율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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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신호를 보냈다. 한은은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기준금리는 물가 및 성장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25일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2%) 수준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높은 환율과 내수 회복세 등으로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다. 1년 전 ‘경제 변화에 맞춰,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하겠다’고 한 것과 견줘보면 신중모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1.6%→1.8%)된 데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화 약세로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인플레 파이터’라는 별칭답게 안정적 물가 관리가 본질적 목표인 한은에 ‘환율플레이션’(고환율+인플레이션)은 최대의 적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외식 물가 평균 상승률은 3.1%로,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2.1%)보다 1.0%포인트 높았다. 달러당 1400원대 고환율로 수입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일제히 한국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기관 37곳이 제시한 내년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2.0%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집계 1.9%에서 보름 만에 0.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을 2.1%로 전망하지만 내년에 환율이 1470원대를 유지하면 2.3%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플레이션은 경제운용에 일파만파의 해악을 끼친다. 유가와 외식, 생활필수품 등 물론 건축자재 가격을 밀어올려 재건축 등 주택 공급도 위축시킨다. 예전에는 고환율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으나 지금은 급등한 수입 원자재 탓에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워 뒤로 밑지는 장사다. 환율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심리 냉각과 수출기업 수익성 악화는 투자 부진과 일자리 위축을 낳고, 결국 경기 전반의 침체를 불러온다.

통화량과 금리, 달러 수급이 환율변동의 중요한 원인인 것은 틀림이 없다. 정부의 ‘국내투자·외환 안정 세제 지원 방안’으로 24일 환율이 전날보다 30원 급락하는 등 환율 급등세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성장률 제고와 기업투자환경 개선으로 달러가 국내로 몰려오는 환경을 만들어야 환율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다. 물가 안정이 경제 운용의 알파이자 오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