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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필리조선소, 미군 핵잠 건조 준비 착수”

헤럴드경제 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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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필리조선소, 미군 핵잠 건조 준비 착수”

서울맑음 / -3.9 °
한화 주요 경영진 기자간담회
상선·군함 ‘듀얼 유즈’ 조선소 변신
한미 핵잠 건조 ‘오커스 모델’ 검토
“거제조선소 건조도 충분히 가능”
조종우(왼쪽부터) 한화필리조선소 소장(상무)과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사장, 알렉스 웡 한화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조종우(왼쪽부터) 한화필리조선소 소장(상무)과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사장, 알렉스 웡 한화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군의 ‘황금 함대(Golden Fleet)’ 파트너로 지목한 한화필리조선소가 한국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기반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화 측은 한화필리조선소가 이미 핵잠 건조 역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한화필리조선소뿐 아니라, 한국형 핵잠은 한화 거제조선소에서 만들어 한미 양국 건조를 병행할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사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국내 언론과 간담회을 갖고 “우리는 핵잠 건조에 필요한 요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또한 최고 수준으로 수행할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앤더슨 사장은 핵잠 건조를 실현할 장소로 한화필리조선소를 적극 거론하면서, 이미 인력 및 인프라 등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우리는 버지니아급 잠수함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며 “인력 확충, 생산효율 개선, 시설투자, 한국 조선소의 모범 사레 및 기술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미국 해군이 보유한 차세대 핵추진 공격잠수함이다. 한국 업체의 핵잠 건조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현지에서 기술 지원 등을 받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해군의 신예 프리깃함(호위함)을 한화와 협력해 건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화필리조선소가 군함 건조를 위해 취득 중인 방산 라이센스와 관련해선 김 CEO는 “한화필리조선소는 ‘듀얼 유즈(dual-use) 조선소로서 상선 분야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되, 동시에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 건조 가능성도 함께 갖출 것”이라며 “미국 정부 관계 기관들과 협력하면서, 한화의 계열사 및 관련 법인들과 함께, 각종 승인 절차, 인증, 요건들을 적시에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미 핵잠은 양국에서 각각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즉 한화필리조선소에선 미국 해군이 요구하는 핵잠을 짓되, 한국형 핵잠은 한국에서 짓는 ‘병행 건조’ 방식이다.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미국 핵잠과 달리 한국형 핵잠은 저농축 우라늄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 각각 기반이 다르다.


웡 CSO는 “거제 조선소 역시 굉장히 큰 잠수함 건조 역량이 있다”며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 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핵잠 건조에 ‘오커스’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커스 모델은 비핵보유국이 핵추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첫 사례다. 과거 호주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를 통해 군사용 핵물질 이전을 허용받아, 원자력 협정 제약을 우회해 핵잠 도입을 추진했다.

한미 어느 곳에서 핵잠을 건조하더라도 실제 착수까지는 수 년이 걸리겠지만, 논의 자체는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으로도 기대됐다.

필라델피아=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