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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성탄절에 나이지리아 내 IS 공습…트럼프 "기독교인 학살 대가"

머니투데이 이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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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성탄절에 나이지리아 내 IS 공습…트럼프 "기독교인 학살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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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성탄절에 나이지리아의 이슬람국가(ISIS) 세력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기독교인들이 학살당한다는 게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클럽의 연회장에서 성탄절 전야 만찬에 참여했다./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클럽의 연회장에서 성탄절 전야 만찬에 참여했다./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오늘 밤, 미국은 최고사령관인 나의 지시에 따라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ISIS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강력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무고한 기독교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해왔다"며 "나는 이 테러리스트들에게 기독교인 학살을 멈추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오늘 밤 그 경고는 현실이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의 지휘 아래, 미국은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의 번성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독교인 학살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테러리스트가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31일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기독교인을 대량 학살하고 있다"며 나이지리아를 종교 자유 침해 우려가 심각한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 지난달 1일에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학살을 계속 허용한다면 미국은 모든 지원과 구호 활동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면서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대해 당시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를 종교적으로 편협한 국가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나이지리아는 어떤 신앙을 가진 시민이라도 보호한다는 헌법적 보장을 갖춘 국가"라고 반발했다. 그는 테러 방지와 안보 협력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다면서도 "모든 협력은 나이지리아의 주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중북부 지케(Zike) 농업 공동체에서 주민들이 무장 집단의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 장례를 치르고 있다. 종려 주일인 지난 13일 밤 목축민들로 추정되는 무슬림 무장세력이 이곳 기독교 농업공동체를 공격해 최소 5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중북부 지케(Zike) 농업 공동체에서 주민들이 무장 집단의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 장례를 치르고 있다. 종려 주일인 지난 13일 밤 목축민들로 추정되는 무슬림 무장세력이 이곳 기독교 농업공동체를 공격해 최소 5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나이지리아에서는 수십 년 동안 폭력과 납치 사건이 이어져 왔다. 이 중에는 이슬람 유목민과 기독교 농민의 땅과 물을 둘러싼 충돌도 있어 미국 우파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는 기독교인을 향한 폭력을 종교 갈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나이지리아 인구 중 무슬림은 56.1%, 기독교인은 43.4%, 기타 종교인이 0.6%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 내 폭력이 정치·경제·민족·자원 갈등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종교 대립으로 보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분쟁 연구 기관 ACLED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민간인 대상 공격 1923건 중 종교를 이유로 한 공격은 50건에 불과했다.

IS와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피해자도 기독교인보다 무슬림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밀스 주나이지리아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 관련 발언을 하기 전인 지난 10월 "보코하람과 IS가 기독교인보다 많은 무슬림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며 "모든 배경의 사람이 고통받고 있으며 이는 특정 집단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트럼프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는 자체 배포한 전단에서 '기독교인뿐 아니라 이슬람 가르침에 반하는 사람이나 집단이라면 무슬림이라도 공격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코하람은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온건파 무슬림을 '배교자'로 간주해 모스크(성원)를 폭파하고 무슬림 종교 지도자를 암살하는 공격을 자행해왔다. 프랑스 아프리카연구소의 '나이지리아 와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9~2012년 보코하람 분쟁에 따른 민간인 피해자 3명 중 2명이 무슬림인 것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나이지리아를 향한 관심이 단순히 인도주의적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나이지리아의 풍부한 광물 자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석유뿐 아니라 리튬·코발트·니켈과 희토류 광물 등이 대량 매장돼 있다. 희토류 생산량은 중국·미국·미얀마·호주에 이어 세계 5위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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