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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머문 연말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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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머문 연말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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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기자] 연말의 공기는 병원 복도에서도 다르게 흐른다. 숫자로 셀 수 없는 통증과 긴 시간이 쌓인 공간에서, 짧은 방문 하나가 하루의 표정을 바꾸기도 한다.

건양대병원은 26일 호스피스병동 환자와 가족을 위해 '산타클로스 위문행사'를 마련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이 시기, 치료와 돌봄의 현장에 정서적 쉼을 더하자는 취지다.

연말을 맞아 산타 복장으로 병실을 찾은 의료진과 종교인들이 호스피스병동 환자에게 선물을 전하며 따뜻한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다

연말을 맞아 산타 복장으로 병실을 찾은 의료진과 종교인들이 호스피스병동 환자에게 선물을 전하며 따뜻한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이날 김근수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파트장을 비롯한 의료진은 산타 복장을 하고 병실을 직접 찾았다. 의료진 손에 들린 것은 물품이 아니라,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준비한 마음이었다. 짧은 대화와 눈맞춤 속에서 병실의 공기는 잠시 느슨해졌다.

병원 성당의 김재준 신부도 동행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축복과 위로의 말을 전했다. 삶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걷는 이들에게 전해진 메시지는, 말보다 오래 남는 정서적 지지로 다가갔다.

행사는 길지 않았지만 병실마다 반응은 또렷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얼굴에 번진 미소, 의료진에게 건네는 감사의 인사는 연말이라는 시간의 의미를 다시 환기시켰다.

조도연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은 "호스피스병동의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과 함께 외로움과 단절감을 겪기 쉽다"며 "이번 방문이 환자와 가족에게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은 호스피스·완화의료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서적 지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치료의 한계를 넘어, 돌봄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 의료의 또 다른 역할이라는 인식에서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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