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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대 뉴스] 게임업계 노동 환경 논쟁 촉발한 네오플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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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대 뉴스] 게임업계 노동 환경 논쟁 촉발한 네오플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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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기자]

2025년 6월 25일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노동조합이 국내 게임업계 사상 첫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성과급 삭감과 고강도 노동 환경에 반발한 조합원 93.48%가 찬성하며 시작된 파업은 5개월간 이어지며 산업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노조는 역대 최고 매출인 1조 3783억 원을 달성했음에도 신규개발 성과급이 사전 안내 금액의 3분의 2 수준만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전년도 영업이익 9824억 원의 4%인 약 393억 원을 수익배분금으로 분배하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연평균 2억 2000만 원을 받는 고연봉 기업에서 터진 파업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사측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 지연으로 성과급 지급 기간이 늘어나면서 지급률을 조정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2025년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60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고성과자는 연봉의 300%가 넘는 보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파업 강도는 단계적으로 높아졌다. 6월 초 야근과 주말근무 거부로 시작해 3일간 전면 파업을 거쳐 7월부터는 월수금 파업을 이어갔다. 8월에는 주5일 전면 파업으로 전환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급기야 던전앤파이터 20주년 기념행사 DNF 유니버스 2025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유저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통상 게이머 커뮤니티는 사측을 비판하는 데 익숙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다수 유저가 오히려 사측 편을 들며 노조를 비판하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 배경에는 2023년과 2024년 업데이트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자리했다.

불명확한 게임 방향성과 소통 부족에 유저들은 이미 깊은 실망감을 키워왔다.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노고가 콘텐츠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파업 3주 만에 구글플레이 29위에서 131위로, 앱스토어 50위에서 98위로 추락했다.


파업은 내부 균열도 드러냈다. 8월 전면 파업 기간 출근율이 50%를 넘기며 직원 간 갈등이 심화됐다. 7월 말 지급된 600억 원 규모의 2차 성과급이 파업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조가 주요 요구 조건이던 보상 배분 기준 정보 공개 요구를 이미 3월에 철회했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파업 참여 인력의 구성이었다. 회사 매출의 90%를 책임지는 던전앤파이터팀의 비중은 낮았고, 대다수는 사이퍼즈, 오버킬, 카잔 등 비주력 팀 소속이었다. 던전앤파이터팀 핵심 개발진은 윤명진 대표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노조 지지 가능성이 낮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윤명진 네오플 대표 (사진=넥슨)

윤명진 네오플 대표 (사진=넥슨)


9월 초 노조는 50여 일 만에 쟁의를 임시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재정비 후 재파업을 예고하며 긴장감은 계속됐다. 결국 10월 23일 상급 조직인 넥슨지회 대의원대회에서 네오플분회 해산 안건이 가결되며 파업은 사실상 종료됐다. 강성 투쟁을 고집하며 중재 제안을 거절한 것이 원인이었다.


11월 21일 네오플 노사는 임금 및 단체교섭에 잠정 합의했다. 1인당 연봉 인상폭을 평균 약 400만 원으로 하고, 복지 포인트와 제주 지역 주거지원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넥슨코리아 노사 합의안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첫 파업 돌입 5개월 만의 타결이었다.

파업 사태는 게임업계에 여러 교훈을 남겼다. 고연봉과 성과급만으로는 조직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보상 체계의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노사 간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됐다. 또한 노동권 투쟁이 이용자 피해로 직결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내 대형 게임사 첫 전면 장기 파업의 결말은 다른 회사들에 중요한 선례가 됐다. 게임 산업의 핵심은 사람이며, 그들의 노동 환경과 처우 개선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동시에 파업 방식과 시기 선택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도 명확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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