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취중잡담] 초소형 위성용 홀추력기 개발한 코스모비 박동하 대표
초소형 위성용 홀추력기 개발한 코스모비 박동하 대표. /더비비드 |
설마 하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강남대로를 지나고, 민간인이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여행을 하기도 한다. 이러다 ‘화성에서 사는 인류’가 곧 탄생할지도 모른다.
인류가 화성에 살게 된다면, 지구와 화성을 잇는 물류망은 필수 조건이다. 미래 우주 시대를 앞당기는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초소형 위성용 전기 추력기를 개발하는 코스모비다. 카이스트 학생 창업팀인 코스모비는 2025년 11월 27일 누리호 4차 발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스모비 박동하(28) 대표를 만나 우주가 얼마나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왔는지 들었다.
◇스페이스 헤리티지를 얻기까지
2019년 고려대학교 로켓 동아리 활동 사진. /박동하 대표 제공 |
취향은 대개 청소년기에 결정된다. “영화 ‘인터스텔라’, 게임 ‘스타크래프트’ 같은 콘텐츠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중학생 때는 물로켓 대회에 나가기도 했죠. 우주와 로켓에 흠뻑 빠져있을 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고려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해 2학년 때 ‘기업가 정신’이란 수업을 들었는데요. 이 강의를 계기로 ‘우주’와 ‘창업’을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됐어요.”
창업을 염두에 두고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최원호(63) 교수의 전기 추력 연구실에 들어가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최 교수님은 2005년부터 20년 넘게 전기 추력을 연구하신 국내 최고의 권위자이십니다. 전기 추력은 우주에서 이동할 때 꼭 필요한 기술인데요. 기체에 에너지를 가했을 때 이온화가 되는데, 이때 플라스마가 생기면서 +전하가 되거든요. 여기에 금속판을 놓고 +전하를 가해주면 반대로 튕겨 나가죠. 쉽게 말해 +전하끼리 밀어내는 성질을 이용해 추진하는 동력을 얻는 원리입니다.”
스타링크가 쏘아올린 위성 현황. 주황색 점 하나 하나가 모두 위성이다. /스타링크 홈페이지 캡처 |
전기 추력 기술은 특히 ‘저궤도 군집 위성’에 필수적이다. 저궤도는 지상 160~2000㎞ 상공을 말한다. 관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한 궤도에 수십 기의 위성을 띄우는 경우가 많다. “같은 궤도 안에서 여러 기의 위성이 간격을 유지하려면 적절히 연료를 쓰면서 속도를 일정하게 조절해야 하는데요. 이때 전기 추력기가 큰 역할을 합니다. 기존에 쓰던 추력기가 200㎏의 연료가 필요하다면 전기 추력기는 10㎏이면 충분해요. 그 차이인 180㎏만큼 더 좋은 장비를 싣거나 더 좋은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죠.”
최 교수의 연구팀은 2022년 5월 항우연이 주관하는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해 기초위성분야에 최종 선발됐다. 위성 개발 비용 지원뿐만 아니라 3년 뒤 실제 우주로 발사해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구에서는 아무리 우주와 비슷한 환경을 만든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우주에서 검증된 부품이나 기술을 두고 ‘스페이스 헤리티지를 확보했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스페이스 헤리티지는 상업화를 위한 날개를 다는 것과 다름없어요. 지금이야말로 ‘창업’할 때라고 봤습니다.”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꿀벌
박 대표(맨 오른쪽)와 최원호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 코스모비 공동창업자들. /박동하 대표 제공 |
2023년 ‘코스모비’를 설립했다. 우주(Cosmos)와 벌(Bee)을 조합한 이름이다. “벌은 꽃과 꽃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죠. 미래엔 우리가 만드는 전기 추력기가 지구와 달, 행성과 행성, 위성과 위성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습니다. 연구실 박사과정을 함께하던 동료들과 교수님도 코스모비에 힘을 보태주셨어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죠. 카이스트 창업보육센터에 사무실을 꾸리고 연구·개발을 이어갔습니다.”
코스모비의 주력 제품은 초소형 위성에 최적화된 ‘홀추력기’다. “홀추력기는 다른 전기 추력기보다 전력 대비 추력이 높아요. 구조가 간단해 양산에 유리하죠. 가령 1000W(와트) 전력을 주면 60mN(밀리뉴턴)의 힘을 내는데요. 이는 경쟁 기술보다 1.5~2배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군집 위성을 대량 생산해야 하는 민간 우주 기업들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죠.”
누리호 4차 발사를 위해 큐브 위성을 탑재하는 모습. /코스모비 |
큐브위성 경연대회를 계기로 누리호 4차 발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평소 만들던 것보다 더 작은 3U(가로·세로 10㎝, 높이 30㎝) 규격의 아주 작은 큐브위성에 들어가는 홀추력기를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이렇게 작은 큐브위성에 홀추력기를 넣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도전적인 시도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배터리 방전 사고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발사를 3개월 앞두고 덴마크에서 사 온 배터리가 자연 방전돼 켜지지 않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새로 주문하더라도 배송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죠. 제조사에 연락해 복구하는 방법을 듣고 직접 수리해 결국 살려냈습니다. 마침내 무사히 위성을 발사관에 장착했죠.”
2025년 11월 27일 누리호 4차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여기에 실린 큐브위성 12기 모두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다. 코스모비는 2026년 누리호 5차 발사에도 참여를 확정 지었다. “5차 발사에서는 핵심 부품인 ‘할로우 음극(가운데가 비어 있는 구조의 음극)’의 우주 검증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음극은 여전히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홀추력기의 점화·유지에 꼭 필요한 장치란 점에서 꼭 국산화가 필요합니다.”
◇우주 물류를 책임지는 ‘우주 배달부’
로켓처럼 쏘아나갈 듯 팔을 뻗어보인 박 대표. /더비비드 |
2025년 9월 코스모비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관하는 스타트업 투자·육성 프로그램 ‘디캠프 배치 4기’에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100~200㎏급 초소형 위성용 전기 추력기는 블루오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뢰할 만한 초소형 추력기 제조사는 3~4개에 불과하죠. 저희는 낮은 전력에서도 높은 효율을 내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제품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누리호 검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용 모델인 ‘허니비’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K-HERO에 들어간 기술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높여 상용 위성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에요. 궁극적인 목표는 ‘우주 물류 수송 서비스’입니다. 화성에 거주하는 인류에게 지구의 물건을 소규모로 빠르게 배송할 때 홀추력기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없거든요. 우주 물류 시대의 첫 페이지를 우리 기술로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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