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환 전 수원 삼성 감독과 이승엽 전 두산 감독, 김태술 소노 전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뉴시스·KBL 제공 |
어제의 기대가 오늘의 냉혹함으로 이어진다.
오로지 성적 하나로만 평가받는 추운 현실, 사령탑을 향한 칼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결별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이제 막 올 시즌을 마친 프로축구 K리그가 가장 매섭다. 올 시즌 K리그2 승격에 실패한 수원 삼성은 변성환 감독과 결별하고 지난 24일 이정효 전 광주FC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변 감독은 올 시즌 수원을 리그 2위로 이끌고도 끝내 승격이라는 염원을 이루지 못했다.
이을용 전 경남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신태용 전 울산 HD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내년 시즌 K리그2로 강등되는 프로축구 수원FC는 김은중 감독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박건하 수원 삼성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혔다. 불과 1년 만에 위상이 떨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팀 역대 최고인 5위의 성적을 써내며 2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팀이 강등을 당하자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구단은 상호 합의로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
자진 사퇴도 이어졌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 역시 구단 최다 연패 그리고 최하위로 떨어진 성적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불과 개막 2개월 만이다.
타종목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승엽 전 프로야구 두산 감독은 지난 6월 스스로 하차했다. 올해 경남FC의 지휘봉을 잡아 프로 사령탑에 데뷔한 이을용 감독 역시 10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계약서에는 기대와 신뢰가 담겨있지만 책임은 오롯이 감독의 몫이다. 기다려주지 않는다. 언제든지 옷을 벗을 수 있다. 지난 4월 남자프로농구(KBL) 소노에서 경질된 김태술 전 감독의 계약기간은 4년이었다. 성적 부진과 팀 재건 실패를 이유로 취임 5개월 만에 해임됐다. 이관우 안산 그리너스 감독은 역시 계약 기간을 3개월 남긴 상태에서 계약 해지됐다. 신태용 전 울산 HD 감독은 부임 65일 만에 경질되면서 울산의 최단 기간 경질이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흔히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부른다. 성공하면 영웅 대접을 받지만 실패하면 역적으로 불린다. 고독한 자리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각종 변수가 발생한다. 여기에 부족한 전력, 부상 선수, 구단의 지원 등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모든 평가는 단 한 명 감독에게만 쏠린다. 부임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말이 절대 엄살처럼 들리지 않는 배경이다.
결국 생존할 방법도 딱 하나, 성적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성적을 내야만 정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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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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