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아르테온 등 3년새 5개 단지 1만여가구 동시유입
1856명 고일초 재학… 급식 3부제 "먹을시간도 빠듯"
인근 초·중학교까지 쏠림 현상 "분산배치" 민원 쇄도
'집값' 영향, 통학구역 조정 어려워…지역내 갈등 고조
# 내년에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A씨는 최근 걱정이 크다. 배정예정 학교가 서울에서 세 번째로 학생 수가 많은 고일초등학교기 때문이다. 고일초는 학생 수가 1856명으로 급식을 3부제로 운영한다. A씨는 "식사시간이 짧아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면 급식이나 후식을 다 못 먹는 날도 있다고 한다"며 "방과후도 경쟁이 치열할 듯해 학원을 돌려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일초와 고현초의 학생 수 추이/그래픽=김지영 |
강동구에 재건축아파트로 수천 가구가 동시에 입주하면서 주변 학교들이 학생쏠림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을 분산배치해달라는 주민의 민원이 쇄도하지만 통학구역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배정은 교육지원청의 소관이지만 교육지원청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고일초의 올 5월 재학생 수는 1856명으로 학급당 학생 수는 27.3명이다. 서초구 잠원초(1977명) 강남구 대도초(1956명)에 이어 서울 3위다. 인근에 있는 고현초도 1289명으로 서울 26위를 기록했다.
이 일대는 △고덕숲아이파크 △고덕센트럴아이파트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고덕아르테온 △고덕자이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차례대로 입주하면서 과밀문제가 대두했다. 5곳을 모두 합하면 1만가구가 넘는다.
이를 대비해 2020년 기부채납을 통해 고현초를 개교했지만 2곳 모두 과대학교가 되고 있다. 2019년 강동송파지원청은 통학구역 결정고시를 통해 고덕자이, 고덱센트럴아이파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등 거주자를 고일초로, 고덕아르테온과 고덕숲아이파크 일부 거주자를 고현초(당시 고이초)로 결정했다. 그러나 고일초가 예상치 못하게 급격히 커지자 일부 단지를 고현초로 재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같은 문제는 중학교까지 이어진다. 인근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고덕중은 올해 재학생이 1483명으로 5년 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근처의 강명중은 같은 기간 512명에서 721명으로, 상일중은 244명에서 540명으로 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중학교는 전산배정으로 같은 학교군에 있으면 어느 중학교든 배정될 수 있지만 전산추첨 원칙 중 하나가 '거주지 기준'이다 보니 특정학교 쏠림현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동송파지원청 관계자는 "아파트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학교 배정기준에 대한 민원이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내년도 배정기준은 지난 8월 공시돼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배정은 주소지에 따라 결정되며 중학교 배정은 내년 1월29일에 발표된다.
강동송파 지역은 재건축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통학구역에 따른 주민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고된다. 강동송파지원청은 지난달 말엔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잠실르엘 입주를 앞두고 잠동초, 잠실초, 잠현초의 통학구역을 고시했다. 기존 잠실초에 배정되던 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일부는 잠현초로도 통학하게 된다. 현재 재학생 수는 잠동초는 827명, 잠실초는 864명, 잠현초는 739명이다. 입주가 완료되면 재학생이 1000명 이상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는 1만가구가 넘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로 둔촌초, 위례초가 대형화하고 있다. 신규 중학교 설립은 진통을 겪다 결국 도시형 캠퍼스로 추진키로 했다. 저출산으로 정규학교를 설립하기에는 장기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생은 교육감이 결정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교육지원청이 결정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어 재건축 후 학령인구 예상, 신규학교 설립 필요 여부 등은 교육지원청의 소관"이라며 "교육청이 업무를 지원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후 학령인구 예상은 기존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하는데 재건축 과정에서 이사를 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빌려주기도 해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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