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3000쪽 문건엔… 전재수 7번, 임종성 19번, 김규환 35번 언급

한학자 총재 보고용 서류 입수

경찰이 통일교 간부들이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용으로 작성한 3000쪽 분량의 통일교 내부 문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해당 문건이 ‘통일교의 여야 정치권 로비’의 주요 단서로 보고 수사 중이다.

25일 본지가 입수한 ‘TM(True Mother·참어머니라는 뜻으로 한 총재를 지칭하는 말) 보고’ 문건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5년 8개월간 날짜별로 한 총재에게 보고할 내용을 사전에 정리한 문건으로, 총 3000여 쪽에 달한다. 보통 하루 2~3장 분량으로 주요 보고사항을 요약한 표지와 세부 내용 등으로 구분돼 작성됐다.

해당 문건에서는 통일교 간부들이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하며 관리해 온 정황이 확인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교단이 지원했다고 밝힌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문건에서 전 의원은 총 7차례, 임 전 의원은 19차례, 김 전 의원은 35차례 언급됐다.

통일교 측에서 3000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전 의원은 2018년 5월 17일 보고에서 처음 등장했다. 보고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 심복 중에 심복”으로 표현됐다. 같은 해 9월 10일 보고에서는 “천정궁에 방문한 전재수 의원도 참석해 축사를 하고 갔다” “우리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듬해 1월 7일 보고엔 ‘오후 2시 TM 일정: 전재수 국회의원’이라는 부분도 나와, 전 의원이 한 총재와 만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전 의원을 소환해 한 총재와의 대면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성 전 의원의 경우, 통일교의 현안 청탁과 관련해 자주 언급됐다. 정치권 로비의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된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은 2018년 10월 5일 보고에서 “임 전 의원을 대만에서 만났다”며 “임 의원이 국토건설교통위 소속이라 천원단지 건설에 힘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천원단지는 통일교의 성지인 ‘천정궁’과 ‘천원궁’ 등이 모여 있는 단지로, 통일교는 이 일대를 관광지로 만들 계획을 세운 바 있다.

2017년 11월 20~22일 보고에선 “임 전 의원의 협조를 받아 세계평화터널재단을 세계평화도로재단과 영문명 월드피스로드재단으로 명칭 변경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세계평화터널재단은 2008년 국토해양부에 등록된 공익 법인으로, 통일교 숙원 사업인 ‘한일 해저터널’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통일교는 2017년부터 재단 명칭을 세계평화도로재단으로 바꾸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임 전 의원의 도움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송씨는 지난 24일 경찰 조사에서 “2020년쯤 현직 국회의원 100명을 섭외하는 것을 목표로 정치권과 접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김규환 전 의원은 간증을 했다거나 통일교 관련 학교 학생들을 의원실로 불러 격려하는 등 통일교와 활발히 소통한 것으로 묘사됐다.

금품 수수 의혹 당사자와 통일교 측은 TM 보고 문건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임 전 의원은 “TM 보고는 한 총재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 과포장된 보고서”라고 했고, 한 총재 측은 지난 19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재판에서 “특별 보고 내용은 반복되거나 오류가 많다”고 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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