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키워드로 보는 2026 클래식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과 임윤찬 |
내년 세계 오페라극장에서 연중 공연되는 오페라가 있다. 내년 전막 초연 150주년을 맞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의 전성시대는 여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차세대 연주자들의 약진도 눈부시다. 7개의 키워드로 미리 보는 2026년 클래식 음악계.
그래픽=백형선 |
① 상주 음악가
상주 음악가는 공연장이나 오케스트라의 ‘얼굴’ 역할을 하는 연주자나 단체를 뜻한다. 연주자나 단체 입장에서는 평소 엄두 내기 힘들었던 곡들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공연장에서는 안정적 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어서 ‘윈윈 게임’이다. 내년 금호아트홀 연세의 상주 음악가는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 피아노·바이올린 등 기악 연주자를 주로 발탁했던 이 공연장에서 성악가를 ‘간판 모델’로 내세우는 건 처음이다. 더하우스콘서트는 노부스 콰르텟(4중주단)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을 상주 음악가로 선정했다. 다채로운 실내악과 함께 가을에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곡을 들려준다.
② 바그너 ‘반지’ 150주년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4부작 전체를 공연하는 데만 나흘간 최소 16시간이 걸린다.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모두 체력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극한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오페라의 블록버스터’다.
국립오페라단에서 이 4부작 가운데 1부인 ‘라인의 황금’을 내년 10월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4부작 가운데 가장 짧지만 휴식 없이 2시간 30분에 이른다. 전막 공연이 부담스럽다면 ‘요점 정리’식의 하이라이트 공연도 대안이 된다. 부천 필하모닉(지휘 아드리앙 페뤼숑)은 내년 8월 예술의전당과 부천아트센터에서 ‘바그너 하이라이트’를 공연한다.
③ 조성진·임윤찬 전성시대
여전히 우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의 시대에 살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의 상주 연주자로 선정된 조성진은 내년 7월 독주회와 실내악 무대를 갖는다. 내년 5월에는 뮌헨 필하모닉(지휘 라하브 샤니) 내한 공연에서도 협연한다.
임윤찬 역시 해외 오케스트라의 협연만 세 차례에 이를 만큼 ‘섭외 영순위’다. 당장 내년 1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지휘 정명훈) 내한 공연부터 6월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11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지휘 마린 알솝)까지 협연자로 잡혀 있다. 5월에는 피아노 독주회도 연다. 인기 연주자의 ‘편중 현상’은 한국 음악계가 풀어야 할 장기 과제다.
④무서운 차세대의 성장
조성진·임윤찬 이후를 꿈꾸는 차세대 연주자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17)은 내년 3월 독일 쾰른 서독일 방송(WDR) 교향악단의 내한 공연 협연자로 선정됐다.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와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 올해 쇼팽 콩쿠르 준결선까지 동반 진출했던 형제 피아니스트 이혁(25)·이효(18) 역시 내년 1월 예술의전당 신년 음악회와 5월 KBS교향악단 협연 무대에 함께 선다. 올해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김세현(18)도 내년 8월 KBS교향악단(지휘 정명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⑤콩쿠르 입상자 콘서트
콩쿠르 역시 뜨거운 화두다. 지난 10월 쇼팽 콩쿠르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우승자의 내한 독주회와 협연이 매진되는 ‘기현상’을 빚었다. 우승자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티켓이 팔리는 클래식의 ‘입도선매’다. 올해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중국계 미국 피아니스트 에릭 루(28)를 비롯한 입상자들은 내년 2월 바르샤바 필하모닉(지휘 안토니 비트)과 내한 공연을 갖는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리는 리스트 피아노 콩쿠르 1·2위 입상자들의 내한 공연도 내년 2월 예정되어 있다.
⑥ 바흐로 복귀
내년 국내외 연주자들은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작품들로 잇따라 돌아간다. 서울시향 악장을 지낸 불가리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는 내년 2월 원주·서울에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연주한다. 플루티스트 조성현 연세대 교수 역시 내년 11월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임윤찬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피아니스트 손민수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도 내년 10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1권’을 연주한다.
⑦ 현대음악
내년에는 국내에서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현대음악 무대도 마련된다. 프랑스 자매 피아니스트인 카티아(75)와 마리엘 라베크(72)는 내년 4월 LG아트센터 서울을 찾는다. 미국 미니멀리즘 음악의 거장인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장 콕토의 영화를 바탕으로 완성한 오페라 3부작을 피아노 2중주로 들려준다. 국립오페라단은 내년 6월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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