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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 레드라인 넘었나? 북 원잠 공개에도 침묵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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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 레드라인 넘었나? 북 원잠 공개에도 침묵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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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건조 중이라는 8700t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25일 공개했다. 사진에 따르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0기가 장착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외형이 상당히 완성된 것으로 미루어 2~3년 내에 전력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한 잠항이 가능한 원잠은 어디든 은밀하게 갈 수 있다. 북한 신포에서 출항한 원잠이 미국 앞바다에 나타날 수 있다. 북이 원잠 전력화를 완성한다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를 갖게 되는 것이다.

공개된 원잠을 보면 기술이 상당 부분 진전된 정황이 있다. 군 당국은 원잠의 엔진인 소형 원자로가 이미 탑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원잠용 소형 원자로 기술이 없었고 그동안 이를 공개한 적도 없다. 러시아 기술을 이전받았거나 러시아의 퇴역 잠수함에서 떼어낸 원자로를 넘겨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원자로가 통째로 넘어갔다면 러시아가 북한의 SLBM 탑재 원잠 건조 시기를 수년 앞당겨 준 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파병 이후 석유·식량은 물론 각종 무기 기술을 북한에 넘겼다. 그중에서도 원잠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은 글로벌 안보 지형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우려가 컸다. 러시아가 국제사회 경고를 무시하고 이들 기술을 북한에 이전했다면 한국 국민에게 직접 칼을 겨누는 적대 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넘어선 안 될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원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원잠 설계가 끝났다고 밝힌 뒤 올해 초 처음으로 외형 일부를 공개했다. 이번에도 겉모습만 공개했다. 무기를 과장해 선전하는 북한 특성상 그 성능이 의심된다. 지난 5월에는 북한판 신형 이지스 구축함 ‘강건호’가 진수식 도중 넘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우리로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비상한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기술 이전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강력히 항의하고 제재해야 한다. 지금 미국과 추진 중인 원잠 건조도 바로 시작해야 한다. 지금부터 만들어도 2030년대 중반이 돼서야 원잠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그사이 북한의 원잠이 우리 바다를 휘젓고 다녀도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북한의 원잠 위협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지 않은 채 침묵했다. 북한과 러시아 눈치를 봐도 정도가 있다. 안보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입 다물고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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