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켑카 AFP=연합뉴스 |
지난 2월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4)가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열린 스크린골프 리그 TGL 대회장에 들어섰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만든 TGL에 LIV골프의 거물 켑카가 나타나자 관중들이 술렁였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PGA 투어와 LIV 합병 협상은 15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때였다. 켑카는 PGA 투어 복귀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트럼프 주재 협상은 깨졌고 켑카도 LIV를 벗어나지 못했다.
켑카는 2022년 1억25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LIV로 이적했지만 마음은 PGA 투어에 두고 간 듯하다. 어차피 무릎 부상으로 뛰기 어려웠고, 동생 체이스 켑카도 LIV에서 받아주는 조건으로 이직했다. 이후 메이저대회 인터뷰에서 PGA 투어가 그립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몇 차례 했다.
켑카는 메이저대회를 중시하고, 유난히 강했다. PGA 투어 9승 중 5승이 메이저다. 그러나 올해는 4개 메이저대회에서 3번이나 컷 탈락했다. 켑카는 전 세계를 도는 LIV 일정이 메이저대회 준비에 좋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LIV 대회 성적도 나빠졌다. 지난 3시즌 동안 5승을 했는데 올해는 우승이 없다.
지난 24일 켑카는 LIV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은퇴는 아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고, 앞으로 활동 소식도 팬들께 전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사실상 조건 없는 PGA 투어 귀순 선언이다. PGA 투어도 성명을 냈다. "켑카는 매우 훌륭한 선수다. 그와 그의 가족의 미래에 성공을 기원한다. PGA 투어는 최고의 선수에게 위대한 업적을 추구할 수 있는 가장 경쟁적이고 도전적이며 수익성 높은 환경을 계속 제공할 것이다."
투항을 반긴다 돌아오라는 내용인데 자격이나 징계 해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LIV에서 뛴 선수들은 PGA 투어로부터 1년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야 한다.
PGA 투어의 새 커미셔너 브라이언 롤랩은 추진력이 강하다. 전격적으로 켑카의 출전을 허가해줄 가능성이 있다. 켑카는 '돈잔치' LIV골프를 자발적으로 박차고 나온 첫 선수다. 세계랭킹 1위를 47주 동안 했고 캐릭터도 강하다. 켑카가 PGA 투어에서 뛴다면 LIV와의 격차는 한층 더 커진다.
그러나 적진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귀순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돈을 받고 LIV로 갔던 선수가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돌아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PGA 투어 선수들의 생각이다. 선례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많다.
켑카는 메이저대회 출전권이 있으니 DP월드투어에서 1년 뛰면서 징계 시간을 채우고 PGA 투어로 복귀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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