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위사실이라 보기 어려워”
보도한 언론 상대 소송 냈다가 패소
보도한 언론 상대 소송 냈다가 패소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5년간 관리소장 등에게 무더기로 소송을 제기한 임대 아파트 입주민이 있다. 반복된 고소·고발로 관리소장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다 그만두는 일이 반복됐다.
급기야 한 언론사가 A씨의 소송 남발에 대해 보도했다. 반복된 민·형사 소송으로 아파트 입주민 전체가 고통을 겪고있는데도 아파트 공급 기관 측에서 사인 간 분쟁이란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소송을 그만두지 않고 이번엔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며 5000만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동대표 자격 상실되자 소송 수백건 제기
시간은 지난 202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통장직을 수행하던 중 동대표에 당선됐다. 겸임금지 조항에 따라 통장직을 그만둬야 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결국 동대표 자격이 상실됐다.
A씨는 이때를 전후로 임차인 대표회장·아파트 관리소장·이웃 주민 등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는 거의 모두 A씨 측 패소였다. A씨는 본인에 대한 해고무효 소송도 제기했지만 역시 패소했다. 선거관리위원들에 대한 고소도 대부분 무혐의, 각하 처분 등이 나왔다.
A씨는 관리사무소가 관리비 비리를 저질러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으로, 예산 지침에 비해 과도한 관리비를 부과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에 대해 보도한 언론사는 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동시에 아파트 공급 기관 측에서 A씨의 반복된 고소·고발이 재계약 불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방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씨 “갑질한 적 없다…허위사실 보도”
기사를 확인한 A씨는 이번엔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아파트 관리소장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괴롭힌 사실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언론사에서 본인이 300여 건의 고소·고발을 했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위 사실을 적시해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위자료로 5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법원서 기각…“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민사9단독 김용희 판사는 지난 9일 “언론 보도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해당 언론사에서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 근거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전 관리소장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 고소·고발만 해도 67건에 이른다”며 “A씨가 선거관리위원 등 다수를 상대로 고소·고발한 것으로 볼 때 ‘300여 건의 고소·고발’이 허위라고 단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실제로 해당 아파트와 관련해 다수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A씨 본인도 자신이 제기한 모든 민사소송과 형사상 고소·고발의 합계가 300여건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관해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관리소장들이 A씨로 인해 약을 복용하다가 그만뒀다는 부분이 허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자가 관련자들을 취재한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해 구체적인 주장·증명을 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기자가 본인을 직접 취재하지 않았는데도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했다”는 주장도 했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했다. 기자가 A씨의 입장을 묻는 통화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됐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가 항소했다. 2심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