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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의 한입 과학] 러시아가 빙글빙글 도는 우주정거장 짓는 까닭은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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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진의 한입 과학] 러시아가 빙글빙글 도는 우주정거장 짓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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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중력을 만들어내는 우주선을 상상해서 그려낸 그림. 인공중력 우주선은 이처럼 거대한 바퀴를 돌리면서 중력과 비슷한 힘을 만들어낸다. 인공중력 우주정거장이 만들어진다면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로 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cience Photo Library

인공 중력을 만들어내는 우주선을 상상해서 그려낸 그림. 인공중력 우주선은 이처럼 거대한 바퀴를 돌리면서 중력과 비슷한 힘을 만들어낸다. 인공중력 우주정거장이 만들어진다면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로 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cience Photo Library


2027년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 발사를 준비하는 러시아가 최근 빙글빙글 회전하는 형태의 우주정거장을 새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고 한다.

23일 러시아 국영 언론 타스통신과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로켓 기업 에네르기아(Energia)는 최근 인공 중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우주정거장 구조 설계를 마치고, 이에 대한 특허도 확보했다.

◇빙글빙글 도는 우주정거장, 왜 만드나?

원심력을 이용해 우주에서 인공중력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Kaiserscience

원심력을 이용해 우주에서 인공중력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 /Kaiserscience


에네르기아가 새로 설계한 우주정거장은 한가운데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기둥이 있고, 그 바깥쪽에 여러 개의 거주 공간 모듈이 방사형으로 연결된 구조다. 이 거주 모듈들은 분당 약 5회 속도로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이렇게 회전하는 우주정거장을 만들려는 것은 이곳에서 거주하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도 ‘중력이 있는 것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주는 사실상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이지만, 우주 건물 자체가 회전하면 이를 통해 원심력이 발생한다. 건물 안의 사람들은 원심력 덕분에 바닥에 발이 붙고 중력이 작용하는 것과 비슷한 힘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놀이기구 ‘회전 그네’와도 비슷한 원리다.


스페이스닷컴은 “사람들은 이렇게 회전하는 새 우주정거장 안에서 지구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중력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정거장이 스스로 ‘인공 중력’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우주에서 왜 중력이 필요한데?

우주선 안에서 운동하는 일본 출신의 우주 비행사 사토시 후루카와의 모습. 우주비행사들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 뼈와 근력이 급속히 퇴화되는 것을 늦추기 위한 각종 훈련을 받는다./NASA

우주선 안에서 운동하는 일본 출신의 우주 비행사 사토시 후루카와의 모습. 우주비행사들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 뼈와 근력이 급속히 퇴화되는 것을 늦추기 위한 각종 훈련을 받는다./NASA


그렇다면 왜 우주에서 중력을 만들려고 할까. 사람이 우주처럼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에 오래 머물면 몸이 빠르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본래 지구처럼 중력이 있는 환경에 맞춰 진화해 왔다. 걷고, 서고, 앉고, 눕는 모든 일상적인 행동이 중력을 전제로 한다.

사람이 우주에서 오래 지내면 뼈가 약해지고, 근육이 급격히 줄어들며, 심장 및 혈관 기능이 떨어지고, 시력과 뇌압이 변한다. 균형 감각을 잃게 되거나 멀미,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변화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던 우주비행사가 지구에 돌아오면 한동안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 탐사 같은 장기 우주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우주비행사의 몸이 급속도로 약화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많은 과학자가 우주에서 인공 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문제는 ‘돈’…“그래도 필요하다”


걸림돌은 역시 비용이다. 우주에서 안정적인 인공 중력을 만들려면,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의 규모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반경이 큰 건물이 천천히 회전할수록 사람에게 부담이 적고 편안한 인공 중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큰 구조물은 로켓 하나만 우주로 쏘아선 완성할 수가 없다. 모듈을 여러 개로 나눠 발사해야 한다. 발사 비용과 회수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우주정거장 구축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러시아가 이번에 설계한 회전식 우주정거장 역시 여러 차례 발사를 통해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타스 통신은 “특허 문서에도 여러 차례 발사를 통해 각 모듈을 우주로 올린 뒤, 궤도상에서 조립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인공 중력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가 경쟁 중인 달·화성 탐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인공 중력이 사실상 필수 기술이기 때문이다.

훗날 상업 우주 관광이 현실화되고 우주 호텔이 건설되는 시기가 온다면, 이때 사람들이 우주에서 멀미 없이 지내기 위해서라도 인공 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페이스닷컴은 “인공 중력은 유인 우주 임무의 한계를 크게 넓혀줄 수 있는 능력이자, 장기간 우주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썼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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